▲<88만원 세대> 저자, 우석훈 성공회대 교수
유성호
우석훈 성공회대 교수가 자신의 저서 <88만원 세대>(박권일 공저)의 절판을 선언했다. <88만원 세대>는 14만 권이 넘게 팔리며 현대사회의 젊은이를 상징하는 '88만원 세대'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낸 사회과학서적이다.
우 교수는 26일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처음에 이 책 쓰면서 생각한 변화는 사실 벌어지지 않았다"며 "아무 일도 없던 것은 아니지만 언 발에 오줌 누기이고, 하여간 죽어도 바리케이드를 치지는 못하겠다는 20대만 더 많아졌다"고 자조했다. 그러면서 "손수조라는 박근혜 계열의 친구가, 88만원 세대라는, 뭐 내가 얘기하기는 좀 어려운 상황이라서 그냥 입 다물고 있었다"며 '88만원 세대'라는 단어가 자신이 생각한 것과 다르게 사용되는 현실에 불편한 마음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는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좋은 걸 알리바이로 삼는 이 시대..."라며 "저자인 내가 보기에 <88만원 세대>는 이 시대에 필요 없는 책이 되었다, 그런 이유로 이 책을 그만 절판할까 한다"고 밝혔다. 그가 소위 잘 나가는 책을 절판하겠다고 결심한 데에는 지난 15일 발효된 한미FTA에 대한 고민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최근 한미FTA 발효에 반대하는 의미로 삭발하기도 했다.
우 교수는 이어지는 글에서 "FTA는 이미 발효되었다, 그렇다고 해서 얘기가 끝난 건 아니다. 그 얘기를 하고 싶다"며 "경제학자로서 이보다 더 중요한 일은, 지금 내 일정에는 없다, 삭발은 그런 결심의 시작"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다음에 할 수 있는 건, 어쩌면 지금의 사회적인 내 모습을 만든 88만원 세대를 절판시키는 것"이라며 "한미FTA 앞에 서 있는 경제학자가 할 수 있는 게 그렇게 많지 않다, 그러나 나는 최선을 다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미FTA 국회비준에 영향을 끼친 김진표 민주당 원내대표를 언급하기도 했다. 우 교수는 "김진표와 오래된 싸움에서도 지기는 싫다. 론스타 말아먹은 건 FTA에 비하면 정말 아무 것도 아니"라며 "론스타 국정조사를 안 하기로 한나라당과 김진표가 합의하던 날, 그 방에서 나는 아직도 나오지를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론스타 떠나고 느꼈던 무기력감, 다시는 그 상황으로 들어가지는 않으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우 교수 글에 따르면 절판 결정은 공저자인 박권일씨와 아직 합의되지 않은 상황이다. 출판사 측은 "(책이 절판되면) 타격이 크지만 권한은 저자에게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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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석훈 "손수조가 '88만원 세대'라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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