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태정 대전 유성구청장.
오마이뉴스 장재완
- 유성구 행정의 역점 기조를 설명해 달라.
"구정의 3대 목표이자 정책방향이 '맑고 투명한 행정', '주민과 함께 하는 복지', '교육과 문화 중심 도시 건설'이다. 이 3대 목표다 정책의 방향이다. 이에 기초해 사업계획을 세우고 5대 분야 20개 과제를 추진 중이다. 압축적으로 보면 유성구 행정이 자치단체장에 의해 시스템이 왜곡되고 지방자치 본래의 취지와 목적이 왜곡된 면이 많았다. 그러다 보니 '투명한 행정'과 관련해 제일 역점을 두고 추진한 것은 행정이 시스템으로 작동되도록 내부 체계를 정비하는 일이었다.
주민과 함께하는 복지를 이끌어내기 위해 주민참여 예산제, 주민 배심원제 등 주민 참여 폭을 넓히는 사업을 벌여왔다. 행정이라는 것이 결국은 사람의 행복지수, 삶의 질을 보장해 주는 일이다. 따라서 사람중심의 가치를 어떻게 도시에 구현해 낼 것인가 많은 고민을 한다. 이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하는 것이 교육과 복지, 문화라고 생각한다. 평생학습 체계, 다양한 문화프로그램 통해 삶의 만족 층을 높이고 보편적 복지를 추진하기 위해 애써왔다."
- 기대했던 것만큼 유성구청장의 목소리가 구정으로 표현되지 않았다는 얘기가 많다. 해명을 한다면?"당선 직후 공직사회는 물론 안팎에서 40대 중반의 젊은 구청장, 충청도에서 드물게 민주당으로 구청장인 점, 과거 학생 운동했던 경험으로 인해 '좌파적 성향의 구청장'이라는 눈초리가 강했다. 개혁에 대한 기대도 있었지만 급진적이고 좌클릭으로 갈 것이라는 우려도 있었다. 구청장 취임하면서 지역사회에서 한 세대와 한 세력을 대표하는 사람으로서 이 자리에 섰다는 책임감과 사회적 소명의식이 컸다. 따라서 안정감과 신뢰를 얻기 위한 분위기를 만드는데 치중했다. 그러다 보니 제가 가진 색깔을 정책비전을 적극적으로 표현하지 못한 측면이 있었다. 다소 조심스러운 측면이 있었다.
그렇지만 교육과 환경적 면에서 나름의 독특한 정책이 많이 있었다. 다만 이를 적극 홍보하는 면이 소홀했다. 이는 이전 유성구 행정이 구호 난발과 전시행정으로 비치면서 주민 피로감이 컸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후반기에 들어선 만큼 적극적으로 자기 색채를 드러내고 홍보할 계획이다."
"주민들 모여 동네사업 직접 결정하는 '주민참여예산제'" - 소극적으로 홍보해 잘 알려지지 않은, 전국의 지방민들에게 내세우고 싶은 유성구 행정이 있다면 이 기회에 소개해 달라."여러 가지가 있지만 몇 가지만 소개하자면 주민참여예산제와 교육프로그램, 중증장애인 및 어린이 전용주차제 등이다. '주민참여 예산제'의 경우 주변 충청권에서 가장 이를 실질적으로 실행했다고 자부한다. 동단위별로 50∼100명씩 참여해서 직접 사업을 결정했다. 동 단위별로 3000만 원의 예산을 배정하고 이를 동단위별로 결정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는 전국 최초라 할 만하다. 내부 공무원들도 '잘 될 수 있을까' 우려도 하고 두려움도 있었지만 실제 전자투표제 까지 도입해서 반응이 뜨거웠고 의외의 아이템이 올해 동네 사업으로 반영되기도 했다."
- 교육프로그램 중 특색 있는 정책은?"대표적인 것이 '토요樂'이다. 일종의 평생학습 사업을 브랜드화 했다. 토요휴무제를 시행하면서 프로그램을 개발해서 부모들이 함께 참여할 수 있도록 했는데, 사업설명회때부터 강당이 가득 찼다. 굉장히 반응이 뜨겁다. 유성구민 누구나 모두 참여할 수 있도록 사업을 확대 추진하고 있다. '꿈나무 과학멘토 사업'도 전국에서 유성구에만 있는 사업이다. 대덕특구가 유성구에 있기 때문에 초중학교하고 사업을 연결한 사업이다.
초중생들이 대덕특구를 방문해서 그 연구 시설을 관람하고 실험하고 이를 통해서 과학적 창의성을 높이고, 과학기술자들이 학교에서 1일 과학교사가 되어 과학꿈나무를 키우도록 한 것이다. 지난 해 36개교 참여, 4000명이 현장을 방문했고, 금년에는 12개 기관이 참여하고 학교도 늘어서 더 확대될 것이다. 전국 최초로 '국제청소년성취 포상제'도 시행중이다. 이는 영국을 비롯 전 세계 130여 개국에서 시행되고 있다. 자기개발 탐험을 통해서 청소년 꿈을 실현해 나가는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대학입시 사정관제로 더 각광을 받을 것으로 기대한다.
- 유성의 발전방향, 어떻게 설정하고 있나?"유성하면 '온천' 이미지가 크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유성구민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해보니 오히려 '과학도시'(52.2%)가 가장 많았다. 그동안 사회구조가 많이 바뀐 것이다. 우선 한창 유성온천이 명성을 날리던 20년 전에 비해 인구가 3배로 커졌다. 특히 유성이 국제과학벨트 거점지구가 되면서 대덕연구단지와 맞물려 과학과 첨단산업 그리고 교육의 도시로 바뀌었다. 유성구내 대학만 7개나 된다.
여기에 세종시의 배후도시로 세종시와 동반성장해 가는 도시를 구축하는 게 중요하다. 대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를 만드는 것이 유성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다. 이를 위해 삶의 질을 보장해 주는 사회적 인프라를 구축하는데 관심이 많다. 도시 개발할 때는 인프라가 도로나 건물이지만, 도시 형태를 갖춘 지금은 아이를 가르치고 여유를 즐길 수 있는 시스템이 더 중요한 인프라다. 교육문제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생태적 환경을 갖추는 일에 집중하고 있다."
- 계획을 구현해 나가는데 가장 큰 걸림돌은?"첫 번째는 돈이다. 예산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효과적으로 추진하기가 어렵다. 특히 기초자치단체는 시에서 주는 예산 내에서 움직여야 하기에 구의 특성을 살린 행정을 하기가 어렵다. 지금처럼 품목별로 예산을 주는 게 아니라 포괄사업비로 주어서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다음은 마인드다. 공직자들에게 강조하는 것도 '쌍방향 소통', 시대 변화에 맞는 생각의 변화다. 복지논쟁또한 마인드 문제, 철학의 문제다. 유성구의 행정과 관련 무엇에 주안점 둘 것인가도 결국 마인드 문제다. 이제 빨리 사람이 중심인, 사람의 판단과 결정의 중심에 서도록 하는 생각의 변화가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