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두한 의원이 발언대에 오물이 든 상자를 올려놓은 채 연설을 하고 있고 정일권 총리가 이 장면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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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윽고 김두한 의원이 입을 열었습니다.
"배운 게 없어서 말은 잘 할 줄 모르지만, 다른 사람이 할 줄 모르는 행동은 잘 할 수 있습니다." 이어 그는 자신의 과거 투쟁경력 등을 소개한 후 밀수사건에 대해 일갈했는데, '국회의사록'에 기록된 그의 발언 한 대목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이병철이 밀수를 할 수 있었던 것은 정부가 범죄를 저지를 만한 환경을 조성해 줬기 때문이다. 민족주의를 파괴하고 재벌과 유착하는 부정한 역사를 되풀이하는 현 정권을 응징하고자 한다. 국민의 재산을 도둑질하고 이를 합리화시키는 당신들은 총리나 내각이 아니고 범죄 피고인에 불과하다. 그러니 우선 너희들이 밀수한 사카린 맛을 봐라!" 이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김두한은 네모 박스를 풀어 국무위원석으로 내용물을 던졌습니다. 그 속에 든 것은 다름 아닌 '똥물'이었습니다. 제일 가까이 앉았던 정일권 총리는 거의 온몸을 인분으로 뒤집어썼으며, 다른 장관들에게도 똥물이 튀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 본회의장은 순간 아수라장이 되었고, 장내에는 똥냄새로 가득했습니다. 이날 김두한 의원이 통에 담아온 똥물은 선열들의 넋이 서린 탑골공원 공중변소에서 퍼왔다는 얘기도 있고 자신의 집 화장실에서 퍼온 것이라는 설도 있습니다.
한편, 전대미문의 '국회오물투척사건'으로 국회 본회의가 중단된 채 본질은 온데간데 없고 얘기는 엉뚱한 방향으로 흐르기 시작했습니다. 당시 이효상 국회의장은 김 의원의 징계를 요구하였고, 국회 법사위에서는 김 의원의 제명을 결의하였습니다. 이에 따라 김두한은 국회의원직을 잃게 되었고 국회의장 모욕, 공무집행방해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되었습니다. 박정희 대통령이 국회의장에게 특별공한을 보내 유감을 표했고, 전 국무위원은 총리공관에 모여 임시국무회의를 열어 내각 총사퇴를 결의하였습니다.
사태가 확산되자 이병철 사장은 문제의 '한국비료'를 국가에 헌납하기로 발표한 후 사업에서 손을 떼고 2선으로 물러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당시 헌납 교섭을 맡았던 장기영 부총리가 해임되자 개각 1주일 만인 1967년 10월 11일 이병철 사장은 한국비료 주식의 51%를 국가에 헌납했습니다(사기업이었던 '한국비료'가 국영기업이 된 것은 바로 이런 연유 때문입니다). 대검찰청은 9월 24일 이병철 사장의 차남인 이창희 한국비료 상무 등을 구속하고 10월 6일 수사결과를 발표하면서 이 사건을 매듭지었습니다.
삼성의 사카린 밀수사건, 그 내막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