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지봉 아래에 세워져 있는 '영대왕가비'의 글씨로 보는 구지가
정만진
하지만 구지봉과 같은 역사유적지에서 그런 실망감만 맛보고 돌아서서는 안 된다. 경치를 즐기러 온 것이 아니라 역사와 설화의 현장을 마음으로 느껴보려고 왔기 때문이다. 이곳에서는 무엇보다도 금관가야의 건국신화를 꼼꼼하게 재차 상기하는 시간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 앞에서 수로왕과 관련되는 '이야기'들을 두루 살펴본 것도 그런 이유에서이다.
거북아 거북아 머리를 내놓아라내놓지 않으면구워서 먹으리후세 사람들은 이 노래를 한시로 번역하여 남겼다. 아직 한글이 만들어지기 이전이었으므로 한역(漢譯)을 할 수밖에 없었다.
龜何龜何 (구하구하)首其現也 (수기현야)若不現也 (약불현야)燔作而喫也 (번작이끽야)김해 사람들은 이 노래를 부르면서 왕의 천강(天降)을 환영했다. 왕의 이름은 구지가(龜旨歌)의 내용을 그대로 채택하여 수로(首露)로 정했다. '머리首'에 '드러날露'이니 '머리를 내놓다'라는 뜻이다.
그러므로 '거북아 거북아'는 '수로야 수로야'의 뜻이다. '거북아 거북아 머리를 내놓아라'는 '수로야 수로야 우리의 왕이 되어 다오'라는 말이다. 그래서 구지가는 신(神)과 같은 임금[君], 대왕(大王)을 환영(迎)하는 노래[歌]라는 뜻에서 영신군가(迎神君歌), 영대왕가(迎大王歌)라는 다른 이름도 가지게 된다. 신성한 동물 거북은 이 노래에서 백성들의 앞날을 위해 하늘이 내려준 존귀한 왕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