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광장'에 모인 사람들이 정리해고와 비정규직 철폐를 위한 떡메치기 행사에 참여하고 있다.
김지수
노동자 정신 바닥까지 끌어내리는 '학살'... "정부는 이미 사이코패스"날씨마저도 짓궂었다. 3월인데도 칼같은 바람이 자리에 참석한 이들의 마음을 시리게끔 기승을 부렸다. 그러나 이런 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오후 6시가 되자, 본격적으로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와 함께하는 문화제 <눈물을 멈춰>'가 진행됐다. 문화제에서는 해고노동자들이 직접 만든 퍼포먼스와 율동 공연이 펼쳐졌으며,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 소장, 송경동 시인, 심리치유센터 '와락'의 정혜신 박사 등 다양한 인사들이 발언에 참여했다.
지난해 '희망버스'를 시작으로 올해 1월 '희망뚜벅이'와 2월 평택에서 '희망텐트'가 열렸지만 해고노동자들의 삶은 여전히 고단하다. 지난 2월 쌍용차에서는 결국 21번째 해고노동자의 죽음이 닥쳤고, 콜텍 노동자들은 콜트와 달리 부당해고로 인정받지 못하면서 1890일이라는 긴 싸움을 맞게 됐다. 재능과 타 사업장들 또한 여전히 끝없는 장기투쟁에 돌입 중이다.
그 때문인지 발언대에 오른 정혜신 박사는 착잡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한 쌍용차 노동자가 21번째 죽음때 어떻게 해도 눈물이 나오지 않는다며 괴로움을 호소해 왔다, 최근 어떤 감정도 느끼지 못하는 모습에 힘들어하는 분들을 많이 본다"며 "사람이 일정 수준 고통을 넘어서면 정서적으로 마비되는데 그러나 그런 자신들을 제발 책망하지 마셨으면 좋겠다, 사람을 이렇게 바닥까지 끌어내리고 의지를 부숴버리는 '범죄'를 자행하는 MB정부와 조현오야말로 정말 사이코패스가 아닌가"라고 말했다.
지난 11일, 경찰청은 2009년 쌍용자동차 옥쇄파업 진압을 '조기 해결 사례'라며 '경찰 수사 베스트 사건 10' 가운데 5위로 선정했다. 이에 대해 쌍용차 노조 김정우 지부장은 "무려 21명의 쌍용차 노동자들이 국가폭력에 의해 학살되었는데도 경찰청은 쌍용차 폭력 진압을 매우 우수한 것이라 선정했다"며 "이처럼 현재 노동자 인권은 바닥이다"고 날을 세웠다. 그는 "쌍용차 노조원들은 내일 이후, 이 시간 이후에 또 누군가 죽을까하는 공포와 두려움을 늘 가슴 속에 담고 있다"며 "그러나 이 답답한 심정을 안고 해고가 살인임을 보여준 이 정부를 향해 끝없이 걸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짜디짠 눈물바다뿐인 노동자 세상, 그래도 '눈물을 멈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