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손잡이 아내. 바리깡으로 머리카락을 자르고 있습니다.
김동수
1997년 결혼을 하면서 아내는 제 머리를 깎아주기 시작했습니다. 처녀때 미용기술을 배웠는지 궁금하겠지요. 아닙니다. 아내는 제 머리를 깎으면서 연습했고, 그것이 14년이 되었습니다. 첫번째 이발 하는 날. '맹구'가 따로 없었습니다. 결국 미장원에 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아내가 손재주가 있었는지 한 두 번 제 머리카락 자르는 것으로 커트를 연습하더니 이내 커트 전문가가 되었지요. 아들 둘과 딸 아이, 어떤 때는 자신의 머리카락도 짜릅니다. 대단한 가위손입니다.
아내가 깎아주는 이발, 일석사조집이 워낙 추워 한겨울에만 미장원에서 깎고 나머지는 집에서 아내 손길로 이발을 하는데 이래저래 좋습니다. 시간 아껴 좋고, 돈 아껴서 좋고, 이발하면서 아내와 이런저런 이야기하니 얼마나 좋은지 모릅니다. 일석삼조, 일석사조가 되는 것이지요.
"오늘은 이발 좀 하면 좋겠는데.""바람이 많이 부는 데 괜찮겠어요. 다음에 깎으면 안 돼요?"
"당신도 내 머리 보세요. 엉망이잖아요. 웃옷 입으면 춥지 않아요. 바람만 많이 불고, 날씨는 많이 춥지 않는데. 당신은 이제 머리깎는 선수가 다 되었어요. 미장원이나 차려볼까요."
"이런 실력으로 미장원 차리는 순간 바로 다음 달 망할 거예요.""아니, 남성커트 전문으로 하지. 6천원 정도면 대박 날 것 같은데.""그냥 당신하고, 인헌이, 체헌이 깎는 것도 부담스러워요."
"나는 당신이 깎아주는 머리가 제일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