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조대 절벽 위에 있는 육각정
이승철
뭐랄까? 옹기항아리 속처럼 움푹 내려앉은 바다가 울렁울렁 일렁인다. 바다를 향해 열린 입구를 통해 거센 파도가 몰려올 때마다 항아리 속이 온통 요동을 친다. 마치 용틀임하듯 바윗돌을 뛰어넘어 절벽에 부딪쳐 부서지는 하얀 물거품. 거센 동해의 파도가 금방이라도 바위절벽을 무너뜨리거나 삼켜버릴 것 같은 기세다.
오른편 오르막길을 잠깐 오르자 저 앞에 날아갈 듯 서있는 정자가 나타난다. 주변엔 아름드리 소나무들이 정자보다 더 높이 우뚝우뚝 서있다. 정자 앞에 이르자 제법 커다란 바위에 하조대(河趙臺)라 새긴 글씨가 선명하다. 이곳이 바로 경승 68호로 지정된 하조대다. 육각정 정자에 걸린 현판도 같은 이름이었다.
애달픈 전설과 조상의 숨결이 깃든 명승지에서 넙죽 절한 일행 하조대는 조선의 개국공신 하륜과 조준의 성을 따서 붙인 이름이다. 이들은 태조 이성계를 도와 조선을 건국하는데 많은 공헌을 한 사람들인데 말년에 두 사람이 이곳에서 보냈다는 전설이 전해온다고 한다.
"잠깐 여긴 우리 조상 할아버지가 말년을 보낸 곳이네, 그럼 내가 그냥 갈 수 없잖아? 할아버지께 문안인사를 드려야지."
안내판을 읽어본 일행 한 사람이 갑자기 하조대라 새겨진 바위 앞에 넙죽 엎드려 절을 한다. 전설의 주인공 하륜과 조준 중에서 조준이 바로 자기네 조상이라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