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부산 사상구에 출마한 손수조 후보 지원에 나선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손 후보와 함께 차량에 올라 거리에 나온 시민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남소연
이정희의 사퇴는 우리에게 또 하나의 유산을 남겼다. 이번 관악을 사태를 처음 접했을 때 솔직히 내 머릿속에 처음 떠오른 단어는 '사퇴'였다. 그와 동시에 "왜 우리는 진보에게 더 엄격하고 더 가혹한가?"하는 질문이 꼬리를 물었다.
단적인 예를 들자면 새누리당의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의 경우이다. 그는 지난 13일 부산 사상구를 방문했다가 손수조 후보와 함께 '카퍼레이드 캠페인'을 벌여 선거법 위반 논란에 휩싸였다. 현행 선거법에 따르면 '누구든지 자동차를 이용해 선거운동을 할 수 없다(91조3항).' 이에 대해 선관위는 "명백한 위반이 되기 위해서는 계획성, 목적성, 능동성, 목표를 위한 행위가 포함돼 있어야 하는데 좀 부족한 것 같다"는 해석을 내렸고, 이제는 아무도 박근혜-손수조의 선거법 위반 여부에 관심을 갖지 않는다. 현직 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대통령이 뭘 잘 해서 우리당이 표를 얻을 수만 있다면 합법적인 모든 것을 다하고 싶다"고 한 말이 선거법 위반에 걸려 탄핵까지 당했던 우리네 '미풍양속'에 비춰보면 박근혜 비대위원장과 손수조 후보는 엄청난 횡재를 했음이 분명하다.
본인의 선거법 위반 논란에 대해 선관위까지 나서서 보호막을 쳐주는 박근혜에 비하면 보좌관의 여론조작행위 때문에 본인의 후보직을 내놓은 이정희 입장에서는 분명 억울한 면이 있을 수도 있다.
문자메시지 파동을 듣자마자 이정희의 '사퇴'를 떠올렸으면서도 박근혜의 카퍼레이드 소식을 들었을 땐 결국 어물쩍 넘어갈 것이라고 예상한다. 재벌총수들이 죄를 지으면 우리는 당연히 그분들이 실형을 살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조중동 같은 보수언론이 사실을 왜곡해서 보도하면 그러려니라 여기며, '차떼기당'이 여전히 지금도 돈 봉투를 돌리거나 '전과 14범'의 대통령이 내곡동 문제를 일으켜도 (몇차례 문제제기에도 꿈쩍 않는 당사자들을 보며) 원래 그런 사람들이니까 하고 결국 넘어간다.
보수는 '원래 그런 사람들'? 복종심의 다른 표현일 뿐"그 사람들은 원래 그런 사람들 아니었어?" MB는 '원래 그런 사람'이었고 우리는 그 사실을 정확히 알고서 '원래 그런 사람'에 편승해 집값이라도 챙겨보자는 소박한 마음에 그를 대통령으로 만들었다. 물론 이러한 너그러움에는 역사가 있고 이유가 있다. 비굴함을 가르쳐야 했던 오랜 역사가 있고 입바른 소리하다가 된통 보복당한 사연이 있고 한두 번 정권을 바꾸어도 뿌리 뽑히지 않는 그 끈질긴 생명력을 보아 왔다. 어떻게 해도 안 된다는 무력감과 조금 더 쉽게 살고 싶은 유혹은 우리도 모르는 사이 힘있는 자에 대한 복종심을 키워왔고 그 부당한 지배를 당연하게 받아들이도록 했다. "원래 그런 사람들"이라는, 핀잔과 냉소를 가장한 너그러움은 우리의 나약함과 복종심의 다른 표현일 뿐이다.
이와는 정반대로 "원래 그런 사람들"은 자신의 반대세력에게 너그러움이나 자비와는 거리가 먼 길을 걸어왔다. 정연주 전 KBS 사장이나 한명숙 민주통합당 대표, 혹은 최근에 불거진 청와대와 총리실의 민간인 불법사찰 경우만 보더라도 "원래 그런 사람들"은 자신의 정치적 반대파를 제거하기 위해 없는 죄도 만들어냈고 국세청과 검찰과 경찰과 국정원 같은 국가기관을 총동원할만큼 집요하고 악착스러웠다. 이제는 죄를 짓고도 생중계 기자회견에서 오히려 크게 호통치는 담대한 기개까지 덤으로 생겼다.
잘못된 질문은 잘못된 프레임을 만들고 의미 없는 논란만 증식시킬 뿐이다. "원래 그런 사람들"이란 애초에 없다. 그게 누구이든 반칙과 편법에는 그에 상응하는 응징을 할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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