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은 마차를 타고> 역자 고지연씨
고지연
- 이번 일본 번역 작품<봄은 마차를 타고>의 요코미츠 리이치 작가는 우리나라에 많이 알려진 작가가 아닌데요. 이 분을 간략하게 소개해주세요.
"요코미츠 리이치(横光利: 본명 토시카즈)는 1898년 후쿠시마현(福島県)에서 태어나 와세다 대학교 영문과를 중퇴하고 1923년 처녀작 <파리(蝿)>로 등단한 작가입니다. 그는 키쿠치 칸(菊池寛)의 추천을 받은 사람입니다. 키쿠치 칸은 일본 다이쇼 시대와 쇼와 시대의 소설가이자 극작가입니다.
요코미츠 리이치는 노벨문학상 수상작가인 가와바타 야스나리와 함께 '문예시대'를 창간한 바 있습니다. 리이치 작가는 가와바다 야스나리의 생의 동료이자 정신적 지주, 또한 소설의 멘토가 된다고 하겠습니다. 재미있는 일이라고 하기 그렇고, 그 당시 요코미츠 리이치가 가와바다 야스나리보다 훨씬 더 촉망받는 작가였습니다. 그러나 제2차 세계대전에 징용되었던 때가, 그의 문학의 시련기이기도 합니다.
그 후 1980년대부터 요코미츠 리이치에 대한 재검토가 이루어지면서 요코미치 리이치의 문학적 업적은 재인정을 받게 되었고, 1987년에 발견된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초기 작품이, 요코미츠 리이치의 작품이었다는 사실이 새롭게 밝혀지면서 일본 문단에 대소동이 일기도 하였습니다."
"너의 이름 뒤에 으레 내 이름이 불리운 것도 돌이켜보니 어느덧 이 십 오년이 흘렀구나, 너를 보내는 나의 외로움은 네가 알아주겠지. 너와의 마지막 날 생사의 갈림길에서 한없이 흔들리던 너의 그 눈빛은 내가 살아서는 두 번 다시 만날 수 없는 눈빛이었다."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조사弔辭'(1948년 1월 3일)에서- <봄은 마차를 타고>에는 어떤 소설들이 선정되어 있나요 ?" 이 소설집에는 '아카이 기모노', '봄은 마차를 타고', '옥체', '머리 또는 배', '미소', '나폴레옹과 쇠버짐', '마르크스의 심판', '기계'가 실려 있습니다. 사실 요코미치 리이치의 소설은 여기 게재된 '기계'를 축으로 전기와 후기로 나눌 수 있습니다. 그는 일본 모더니즘의 선구자적인 존재였습니다."
- 그럼, 그의 대표작이랄 수 있는 '기계'는 어떤 소설인가요 ?"<봄은 마차를 타고>에 선정된 '기계'는 명찰(이름표 만드는) 제작소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의 심리적 갈등을 마치 장난감 장치처럼 묘사하고 있습니다. 작중 인물들은 모두 제정신인데도 감정이 없는 기계처럼 이상 행동을 하는 인물들로 그리고 있습니다.
보통은 감정이나 정서로 받아들일 언동을 마치 기계 조작처럼 해석하고 톱니바퀴가 조금씩 어긋나는 듯한 인간관계는 자꾸만 막다른 길로 치닫게 됩니다. 감정의 뒤얽힌 관계를 의식적으로 집요한 문체로 그려나가 '기계'의 어긋난 톱니바퀴에 비유하고 있습니다.
이 소설은 그 당시 일본에서 유행했던 프랑스 심리주의 문학을 받아들이던 시기이므로 그 영향도 있었겠지만, 절묘한 균형으로 요쿄미츠 리이치의 문학을 종합적으로 얘기할 수 있는 작품이라 할 수가 있습니다."
번역가 고지연은 누구? |
일본어를 전공한 후 일본으로 건너가 디자인과 일본학을 공부하였다.
십 수년간 전문통번역과 강의를 해오며 탄탄히 다져진 실력으로 이번 첫 문학번역서인 요코미츠 리이치(横光利一)의 단편선집을 출간하게 되었다.
그의 궁극적 포부는 수준 높은 일본 문학의 소개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의 위대한 작품들을 일본으로, 세계로 전파하는데 한 일원이 되고자 함에 있다.
2012년 <현대시문학>봄호, 국내 최초 번역신인상을 수상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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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을 <봄은 마차를 타고>로 정하신 것은 별다른 의도가 있나요 ?
"처음에는 '미소'로 하려 했습니다. 그러나 예정된 출간일보다 늦은, 올 3월에 출간이 되면서 제목이 <봄은 마차를 타고>로 바뀌었어요. 요코미츠 리이치가 실제 아내 기미와의 일상을 그린 '봄은 마차를 타고'를 제목으로 삼았습니다. 현재 외국 번역물 중에서 독자들의 인기가 상승하고 있어요. 그러나 저에게는 첫 번역물 출간이라 한편 조심스럽고, 한편 기쁩니다.
…(잠시 침묵 후 ) 요코미츠 리이치 작가의 작품은 순수문학이면서도, 통속적인 연애나 범죄 장면 같은 재미있는 부분도 있어 읽는 사람에 따라서는 대중소설, 혹은 통속소설이라고 할 수 있는 요소를 지니고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매우 우수한 문학 작품입니다. 이런 분의 작품을 한국어로 소개할 수 있어서 정말 보람이 있습니다. 그런데 제 역서를 자꾸 소개하는 것보다, 독자들이 직접 책을 읽고 느끼는 것이 좋겠습니다. 인터뷰 청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봄은 마차를 타고 - 개정판
요코미츠 리이치 지음, 고지연 옮김,
지혜,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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