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 입점 문제를 조사하러 20일 오후 망원시장을 방문한 로렌 컴페어 보스턴 커먼 에셋 매니지먼트 상무가 시장 상인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김시연
"여러분 활동을 외국에 알리려고 미국에서 오셨어요."
"제발 홈플러스 들어오는 것 좀 막아줘요. 우리 다 망하게 생겼어."망원시장에서 10년 넘게 생선을 팔아온 할머니가 낯선 미국 여성에게 신신당부했다. 시장에서 불과 600~700m 떨어진 곳에 홈플러스가 들어오면 당장 생계 위협을 받게 되는 이들에게 더없이 반가운 손님이었다.
홈플러스 대 망원시장 갈등이 국제적 관심사로 떠오를 전망이다. 국내 기업의 사회 책임 활동 조사차 한국에 온 로렌 컴페어 보스턴커먼에셋매니지먼트 상무가 20일 오후 서울 마포구 망원시장을 찾았다. 합정동 진출을 앞두고 망원시장 상인들과 큰 마찰을 빚고 있는 홈플러스 문제를 조사하기 위해서다.
"지역사회와 사전 협의했어야... 본사에 압력 넣겠다"20여 년 사회책임투자(SRI) 투자자문가로 활동해온 컴페어는 기관투자자들이 모인 '신흥시장 정보공개 프로젝트(EMDP)' 공동의장을 맡아 국내외 기업들이 윤리, 환경, 노동, 인권 등 사회적 책임을 다하도록 압박해왔다. 이날 오진아 마포구의원과 함께 망원시장을 둘러본 컴페어는 홈플러스가 시장과 가까운 곳에 입점하면서 지역 사회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사실에 큰 놀라움을 나타냈다.
컴페어는 "서구 사회에선 대형점포가 입점할 때 지역 공동체와 사전 논의하는 절차가 안정화돼 있다"면서 "홈플러스가 지역사회에 정보를 주지 않고 협의도 전혀 없이 무자비하게 들어오는 건 테스코 본사에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