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학
김종길
작업장 가운데에는 청학을 새긴 거대한 바위가 서 있었다. 다른 작품과는 달리 청석에 새긴 작품이다. 한풀 선사가 말한 청학의 상을 김원주 화가가 작품으로 표현한 것이다. 다리가 하나이고, 날개는 여덟, 꼬리는 아홉인데 둘은 유독 길다. 입에는 용처럼 여의주를 물고 있고 사람의 얼굴을 하고 있다. 이들 작품이 모두 완성되기까지는 아직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고 했다.
십이신장이 지키는 삼성궁 가는 길청학폭포를 지나 삼성궁으로 가는 길을 잡았다. 겨울을 비집고 흐르는 물소리를 따라 느긋하게 난 산길이다. 계곡의 얼음은 가장자리만 조금 녹았을 뿐 겨울 동안 언 두꺼운 얼음덩어리가 그대로 남아 있었다. 산 아래의 봄이 아직 이곳에는 이르지 않은 것일까. 계곡에 잠시 머물렀던 시선을 거두어 길을 재촉했다.
바위 틈새로 난 길을 돌아가니 돌문이 나왔고, 그 안에 제단이 있었다. 앞선 이를 위한 장소인 만큼 엄숙하다. 화려한 채색이 다소 눈에 거슬렸다.
"이거군요. 어제 말씀하던 것이…." 전날 이 암각에 대해 김원주 화가와 이야기를 나누었었다. 암각의 화려한 채색이 주위가 울긋불긋한 가을에는 제법 어울린다고 여겼는데, 앙상한 겨울에는 여간 생뚱맞게 보이는 것이 아니라고 말했다. 오늘 보니 유독 그렇게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