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루귀추운 겨울을 이겨내고 새로운 생명을 탄생시켰다.
정도길
봄비가 내렸다.
그리 많지 않은 양의 비가 내렸음에도 촉촉이 젖은 땅이다.
비는 땅에만 혜택을 준 것이 아니다.
나뭇가지에도 물기를 묻혀 잎사귀가 피도록 도움을 준다.
지난 17, 18일 내린 비는 분명 새 생명을 싹틔우게 할 거름 같은 존재였다.
갖가지 생물들이 하품을 하고 있다.
잠에서 깨어난다는 신호인 셈.
잎사귀 없는 나뭇가지로 파고드는 햇살도 새로운 생명을 잉태하는데 한 몫 거들고 있다.
갈색 낙엽이 수북이 쌓인 한 귀퉁이에 새 생명이 세상 밖으로 나왔다.
눈이 부실 정도로 하얀 모습으로, 입가에 미소 가득 방긋 웃고 있다.
보송보송한 털은 찬 기운에 몸통을 보호하는 이불과도 같은 것.
추운 겨울을 이겨내고 산 속에 홀로 핀 노루귀의 모습이다.
겨우내 인내하며 새 생명을 틔운다고 해서 꽃말도 '인내'라 부르는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