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병욱 민주통합당 비례대표후보자추천심사위원장이 13일 오전 국회 당대표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비례대표후보 공천과 관련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안 위원장은 "비례대표 후보자는 개혁성과 시대정신에 맞는 확고한 민주·개혁적 의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을 뽑을 것"이라고 밝히며 "계파 분배는 배제하겠다'고 말했다.
권우성
"기껏 심사해서 올린 게 최고위원회의에서 다 뒤집어졌다."민주통합당 비례대표 공천심사 내용에 밝은 한 관계자의 말이다. 이 관계자는 20일 당무위원회를 앞둔 민주통합당이 비례대표 공천심사로 막판 진통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비례대표 공천심사위원회(위원장 안병욱· 이하 비례대표 공심위)와 최고위원회가 서로 핑퐁게임을 하면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는 것.
비례대표 공심위는 19일 오전에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19대 총선 비례대표 국회의원 명단을 제출했다. 순위는 30~40번까지 거론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명단은 민주당 비례대표 공심위가 34시간째 잠도 못 자고 심사한 결과물이었다.
이날 민주통합당 최고위원들은 박선숙 사무총장을 제외한 다른 당직자들의 배석을 금한 채 최고위원들끼리만 모여 비공개로 회의를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비례대표 명단이 공개됐다.
최고위원들은 전날 비례대표 공심위가 올린 비례대표 국회의원 명단을 보고 아연실색했다는 후문이다. '이대로' 공심위의 의견을 다 받아 비례대표 공천심사를 매듭지을 수 없다는 판단을 내렸고, 재논의가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이에 따라 민주통합당 최고위원들은 이날 오후 2시부터 긴급회의에 돌입했다. 이 회의는 오후 늦게까지 계속됐고, 최고위원들은 각각 자신의 의견을 담아 비례대표 공심위로 또 다시 공을 넘긴 상태다.
민주통합당 비례대표 공심위는 이날 저녁 7시부터 최고위원회가 던진 내용을 갖고 또다시 '마라톤 회의'에 들어갔다. 20일 오후 2시 당무위원회가 예정돼 있기 때문에 늦어도 그 전까지는 심사결과를 마무리해야 한다는 게 민주당의 입장이다. 따라서 비례대표 공심위의 논의가 일단락되지 않을 경우에는 한밤중까지 회의가 이어져도 결론이 날 때까지 계속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꼼꼼히 심사했는데 최고위에서 반대?문제는 내용이다. 민주통합당의 한 비례대표 공심위원은 "우리는 심사과정에서 민주통합당 최고위원들의 권한을 존중했다"며 "전체를 놓고 판단하겠다는 것이 우리의 입장인데 커뮤니케이션이 부족한 것인지 논의가 잘 굴러가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이 공심위원은 "안 위원장이 당에서 오는 모든 요구를 차단해서 정말 자율적으로 양심에 따라 민주적 절차에 의해 심사했다"며 "언론분야의 경우에는 누가 좋은지를 놓고 공심위원들끼리 무려 2시간 이상 토론하는 기현상이 벌어지기도 했다"고 후일담을 전했다.
특히 이 공심위원은 "비례대표 공천심사 안에 민주통합당 지도부의 전략공천 30%가 포함돼야 하기 때문에 그것까지 포함하면 정말 공심위가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다"며 "이미 정해진 당직자 몫, 청년비례 몫 등등을 다 빼면 공심위가 천거할 수 있는 자리가 몇 개 되지도 않는다"고 볼멘소리를 터뜨리기도 했다.
이처럼 민주당 비례대표 공심위는 서류심사부터 면접까지 나름대로 꼼꼼하게 챙겨서 심사했지만, 그 결과에 대한 최고위의 판단이 "이대로는 어렵겠다"고 내려지니, 무척 허탈해하는 분위기다.
민주당 비례대표 공천심사 과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이해관계에서 벗어나 어떤 사람이 좋은지 논의해야 하는데 최고위원들이 막무가내로 이 사람은 꼭 넣어야 한다, 이 사람은 꼭 빼야 한다 등등의 주장이 엇갈리고 있다"며 "똑같은 얘기가 반복돼 내부에서는 큰소리도 오간 모양"이라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최고위가 특정인을 지목해 이 사람을 비례대표 국회의원 명단에 넣는 순간 우리 당의 지지율이 3%씩 빠질 것이라고 협박 아닌 협박도 한 것 같다"며 "당에서 추천한 사람보다는 공심위의 판단대로 후보를 결정했는데, 그 결정을 최고위가 받아들이지 않으니 갈등이 증폭될 수밖에 없지 않겠나"라고 반문했다.
민주통합당 최고위원들이 당의 이름으로 추천한 후보들이 비례대표 공천심사 과정에서 줄줄이 탈락하면서 생긴 문제이기도 하다. 당 공심위의 판단에 따라 탈락한 후보에 대해 최고위원회가 반발하면서 재조정이 불가피한 상황에 몰렸기 때문이다.
이 관계자는 "어떤 최고위원은 빠진 사람을 도로 넣으라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고 들었다"라면서 "당 공심위는 당이 꼭 넣어달라고 요청한 사람도 사회적 위상 등을 다 따져 평가해 결코 높은 점수가 나오지 않았기에 비례대표 순번을 줄 수 없었던 것 같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