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혜신 박사
오도엽
"폭력이란 것이 왜 무섭냐면 그 순간에 방사능 피폭되는 거랑 마찬가지예요."
쌍용자동차 해고 노동자와 그 가족들을 심리 치유하는 정혜신 박사. 2008년 공장에서 농성중인 쌍용자동차 노동자에게 경찰과 회사가 행한 행위는 방사능 피폭과 마찬가지였다고 한다. 방사능에 쏘이면 디엔에이와 세포가 변형이 되듯, 쌍용자동차 노동자에게 가해진 폭력은 정신과 삶을 망가뜨렸다는 것이다.
'정리해고와 비정규직 없는 세상을 향한 99%의 희망광장(희망광장)' 여드레째(17일)가 되는 날, 평택에 있는 '심리치유센터 와락'에서 정혜신을 만났다. 쌍용자동차 열네 번째 희생자 소식을 듣고 평택으로 달려온 정혜신은 "너무 늦게 찾아와 미안하다"고 하였다. 그리고 꼬박 일 년이 지났다. 토요일마다 이곳에 찾아와 해고 노동자와 가족을 만나며 함께 울고, 함께 분노했다. 자그마한 몸의 정혜신이 억센 노동자의 거친 삶을 품기 시작했다.
"그런 이야기 말고 요즘 어떻게 사시느냐고요"정혜신은 물었다. "요즘 어떻게 사세요." 노동자들은 말했다. 나는 노동조합 간부이고, 어떻게 싸우고 있다는 걸. 정혜신은 다시 물었다. "그런 이야기 말고 요즘 어떻게들 사시느냐고요." 갑자기 노동자의 눈에서 굵고 짠 눈물이 하염없이 쏟아졌다.
홀로 가슴에 품었던 응어리가 정혜신을 만나며 터져 나왔다. 와락을 찾은 이들은 결코 자신이 혼자가 아니고 하찮은 존재가 아니라는 걸 소통과 공감을 통해 깨우쳤다. 자신의 삶에 어느 날 순간적으로 찾아온 방사능 피폭에서 차츰 차츰 새 살갗이 돋아나고 있다. 상처 입은 가지에도 새순이 움트듯.
"쌍용자동차 공장 안에서 77일간 싸우는 동안 물도 끊기고, 전기도 끊기고, 너무나 날카롭고 극단적인 일이 벌어졌어요. 밤에 자지 못하게 계속 방패를 두들겨 공포를 일으키고, 정상적인 형태가 아니었죠. 노동자들이 싸우는 것은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거죠. 하지만 국가 공권력은 그 실체가 명확하지 않고 가공할 만한 힘을 가지고 있죠. 이 힘이 와장창 깨놓고 싹 빠지면 사람의 심리가 어떻게 되냐면 가해자는 보이지 않는데 피해자만 남아 있는 상황인 거예요." 말기 암 환자보다 에이즈 환자가 더 자살하는 까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