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동 누리길 단풍나무길. 아직 철이 일러 단풍나무 잎을 볼 수 없어서 아쉬웠다.
유혜준
단풍나무 길, 조금 이르게 찾아왔네필리핀참전비에서 최영 장군 묘로 가는 길에는 단풍나무들이 길을 따라 심어져 있었다. 아직 계절이 일러 앙상한 가지만이 바람에 살짝 흔들릴 뿐이다. 이 길은 단풍나무 잎이 본색을 드러내는 계절에 걸으면 좋을 텐데, 조금 일렀다 싶다.
필리핀참전비에서 최영장군 묘까지의 거리는 2.5km남짓. 한데 중간에 묘와 사당이 하나 있다. 성령대군의 묘다. 태종의 넷째 아들인 성령대군은 열네 살의 어린 나이에 홍역에 걸려 세상을 떠났다고 한다. '고양동 누리길' 코스 안에 성령대군 묘는 포함되지 않으나, 잠시 길에서 벗어나 들렀다 가도 좋으리.
이 근처에는 경안군과 임창군의 묘도 있다. 경안군은 소현세자의 셋째 아들이며, 임창군은 경안군의 아들이다. 이씨 왕조의 무덤이 고양시에 이리저리 흩어져 있는 것은 고양시가 풍수지리로 볼 때 명당이라서 그런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봤다.
길을 걷노라면 사람 사는 모습을 구경할 수 있지만 더불어 이렇게 죽은 이들의 흔적 또한 볼 수 있다. 죽음은 누구도 피해가지 못하는 것, 살아생전 부귀영화를 한껏 누린 이들도 결국 한 줌 흙으로 돌아가는 건 마찬가지라는 생각에 잠시 옷깃을 여미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