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부터 시판된 철학책 <바이루, 올랑드, 졸리, 르 펜, 멜랑숑, 사르코지... 그들의 철학관>. 제르미나출판사 2012
한경미
프랑스이기에 나올 수 있었던 책이러한 상황에서 한 기자가 이례적인 일을 시도했다. 시사주간지 <르 포엥(Le Point)>에서 일하는 프랑소와 고벵(Francois Gauvin) 기자는 언론에서 발언하는 대선 후보들의 말은 오직 표를 모으기 위한 겉치레 발언이며 진실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이들의 진면목을 알아보기 위해서는 다른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생각한 그가 찾아낸 방식은 철학적 접근 방식이었다. 철학 박사 학위를 가진 고벵은 대선 후보자들에게 철학적인 질문을 던져봄으로써 이들의 근본적인 생각을 타진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국민은 무엇인지, 권력과 국민의 관계는 무엇인지, 선과 악은 무엇이며 인간의 행복은 무엇인지 등 우리 인간사회를 규정하는 근본적인 문제들을 제기함으로써 그들의 정치관이 적나라하게 들어나지 않을까.
그는 단지 무명기자의 직함을 내걸고 작년 말에 대선 후보들에게 철학적인 질문에 응해달라는 인터뷰를 요청했다. 다들 대선운동에 바쁜 후보들이 과연 이 인터뷰에 응해줄까 반신반의로 시작한 일이었는데 놀랍게도 다들 긍정적인 대답을 해왔다.
그 결과, 작년 11월부터 올 1월까지 대선 후보로 등록한 15명을 차례로 만나 일련의 철학적인 질문을 던질 수 있는 드문 기회를 가졌다. 이 질문의 결과가 책으로 묶여 지난 3월 7일 프랑스 각 서점에 분포되었다. 제목은 <바이루, 올랑드, 졸리, 르 펜, 멜랑숑, 사르코지… 그들의 철학관>.
캐나다 출신인 저자는 그 전날인 3월 6일 오전 파리 샹젤리제 거리에 있는 미술관 그랑 팔레(Grand Palais)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책이 나올 수 있었던 이유는 우리가 프랑스라는 나라에 살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중등과정에서 유일하게 철학수업이 유지되고 대입고시에 철학 시험이 있는 유일한 나라 프랑스인지라 프랑스인들은 누구나 철학적인 사고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캐나다나 미국, 영국 등 철학교육의 바탕이 없는 다른 나라에서는 아무리 선진국이라 해도 대선 후보들에게 철학적인 질문을 던진다는 것이 불가능할 것이라는 것이 저자의 의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