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속 영웅들의 요람에서 무덤까지 풀스토리, <한국 36인물유산 파워스폿>((서울·수도권) 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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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생배경과 성장 과정, 출세 등을 소개하고 있는 부분에서는 인물에 관한 사항 등을 체계적으로 조목조목 담아내고 흥미진진하게 펼치고 있어 인물 열전이라도 읽는 듯한 느낌입니다. 분량이 두터운 위인 집이나 전기처럼 고무줄을 늘이듯 길게 늘여 쓰지 않고 간추리고 간추린 고갱이 같은 내용입니다.
인물 소개에 이어지는 파워스폿, 인들의 출생배경과 일생에 영향을 미친 생가, 묘에 대한 풍수적 해설 부분은 현장 사진과 1/5000의 축척 지도까지 제시하며 설명하고 있어 입체적으로 구성된 풍수지리서를 보는 듯합니다.
이병철의 묘는 황천을 범했다
이병철의 묘는 좌향이 풍수적으로 문제가 있다. 묘 안에 안장한 시신의 좌향은 지창룡이 전적으로 주관했는데, 그곳은 우측 동막골에서 흘러온 계곡물이 삼 만 육천지(저수지)에 모였다가 좌측 에버랜드 쪽으로 흘러나간다. 청룡 끝자락을 수구로 보면 손파(巽破)라서 수국이다. 그런데 묘의 좌향은 임좌병향(壬坐丙向)을 놓아 황천을 범했다. -한국 36 인물유산 파워 스폿(서울·수도권) 184쪽-저자는 풍수를 보는 여러 방법 중 한 가지인 '12포태법'으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12포태법은 사람의 일생을 12단계, 포(정자·난자), 태(수정), 양(임신), 생(출생)…묘(사후)로 설명할 수 있듯이 국(수구)과 산소가 놓이는 방위에 따른 길흉을 논하는 방법입니다.
부록으로 '풍수용어해설'이 들어가 있긴 하지만 풍수(12포태법)에 문외한인 사람이라면 조금 생소할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전체적인 지형을 한눈에 아우를 수 있는 저 축적의 지도와 질 좋은 현장 사진이 곁들여져 있어 난해할 정도는 아닙니다.
이병철은 큰 부자였지만 마음속은 가난했다. 아니 가난해지려고 노력하며 안빈낙도를 즐겼다. 유품 중에 '空手來空手去(공수래공수거)'라고 쓴 서예 작품이 정말 많다. 그토록 부자로 산 사람이 아무것도 가지지 않고 빈손으로 떠난다는 말을 왜 그리 즐겨 썼을까? 이에 대해 이병철은 말했다. "인간은 공수래공수거이다. 나는 스스로 극한에 몰려 완전히 허탈 상태에 빠질 때는 부처의 가르침으로 살아가는 나 자신을 지금까지 몇 번씩 느꼈다. 나는 반세기도 안 되는 동안에 기업을 일으키고 숱한 고난을 겪어 왔으나 그때마다 흐트러지지 않고 위기를 넘길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사필귀정과 공수래공수거의 진리 때문이었다고 생각한다." -한국 36 인물유산 파워 스폿(서울·수도권) 191쪽- 책에는 삼성가 형제들이 조상을 탓할 수 있는 구실만 담겨있는 게 아니라 송사로까지 이어진 갈등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키워드도 인물 어록이나 평소 모습을 통해 이렇듯 제시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