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망한 여성들이 민주통합당 공천과정에서 많이 탈락했다. 심지어 대한민국 정치 1번지랄 수 있는 광주·전남에서는 여성 후보를 단 한 명도 내지 못했다. 이것은 정말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권우성
- 원로 여성운동가로 이번 민주통합당의 지역구 공천심사를 어떻게 평가하나.
"이번 공천에서 가장 잘못된 것은 여성 선출직이 15%에 미치지 못했다는 것이다. 정당은 정당대로, 시민사회는 시민사회대로 쿼터제를 적용해 여성을 할당했다. 그런데 이 당은 각자 자기 이익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여성의 할당문제가 실종됐다. 이 과정에서 아주 비애를 느낄 정도로 여성에 대한 배려는 없었다."
- 어떤 점에서 비애를 느꼈다는 것인가."유망한 여성들이 공천과정에서 많이 탈락했다. 심지어 대한민국 정치 1번지랄 수 있는 광주·전남에서는 여성 후보를 단 한 명도 내지 못했다. 이것은 정말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더 이상 정치를 남자들의 파워게임으로 한정 짓지 말고, 여성들도 스스로의 삶의 조건을 변화시키기 위해 정치세력화해야 한다. 전북에는 여성 후보가 있지만, 광주·전남에는 여성 후보가 한 명도 없다는 게 말이 되는가."
- 민주통합당 지역구 경선과정에서 여성 15% 할당제에 대한 남성 후보들의 반발이 거셌다. 이를 어떻게 보았나."민주통합당은 '혁신과 통합'을 주창했던 시민사회그룹이 합쳐져 만든 정당이다. 스스로를 '혁신정당'이라고 부른다. 그렇다면 혁신의 내용으로 여성의 정치참여 확보를 보장해야 하는데 거기에 아무런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저, 자기 계파이익을 찾아서 공천관계를 마무리했다는 것만 생각하면 도무지 혁신정당이라고 인정할 수가 없다. 이런 민주통합당의 모습을 보면 진짜 선거를 거부하고 싶은 마음까지 일어난다."
- 지역구 공천과정에서 민주통합당이 가장 잘못한 것은 무엇인가."우선 혁신적이지도 않고, 민주적이지도 않으며, 구태의연하고, 자기 이익에 눈이 멀어 전체를 보지 못하는 우를 반복했다. 도무지 인정할 수 없는 주지의 사실은 여기에 시민사회 출신들도 합세했다는 점이다. 또한, 한명숙 대표가 486정치인들에게 둘러싸여서 올바른 판단을 하지 못하는 결과를 빚었다. 매우 안타깝다. 한명숙 대표는 연령으로 보나 정치경력으로 보나, 특유의 자기 브랜드를 가질 기회가 될 거라고 기대했는데 정말 실망스럽다."
- 한명숙 대표가 가장 잘못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무엇인가."아무리 억울해도 법원에서 1심 유죄 판결을 받은 사람을 당 사무총장에 임명하는 것부터 문제였다. 첫단추를 잘못 끼운 것이다. 언론의 분석에 따르면, 당권을 장악하기 위해서 그랬다는 것인데, 지금 당권이 중요한 시점이 아니다. 어떻게 하면 더 많이 혁신적인 사람들을 끌어내서 총선과 대선을 승리로 이끌 것인가 그 점에 골몰했어야 한다. 나는 지금 한 대표를 인신공격하고 싶은 생각은 없지만, 지금의 민주당은 진짜 바람직하지 않다."
- 역사상 처음으로 전국적이고 포괄적인 민주진보 야권연대가 성사됐다. 어떻게 평가하나.
"좀 더 일찌감치 국민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시기에 됐다면 좋았겠지만 그래도 이 시점에라도 타결됐다는 것은 정말 다행으로 생각한다. 양당 간에 서로 어려운 점이 있었음에도 그렇게 했다는 것을 높이 평가한다. 아직까지도 남아 있는 문제들을 잘 풀어서 선거를 일대일 구도로 만들어 국민들이 명확하게 판단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어야 한다."
- 여성의 정치세력화에 대해 상당히 강조하셨는데, 민주통합당이나 통합진보당, 새누리당까지 모두 여성 대표시대가 열렸다. 이 정도면 많이 나아진 게 아닌가."어쩌다 보니 세 당의 대표들이 여성이 된 것은 맞다. 그러나 여성의 정치세력화 문제는 당 대표가 여성이라고 해서 당장 성취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80% 여성들이 공감하는 여성정치세력화가 됐을 때, 진정으로 여성 정치시대가 열렸다고 얘기할 수 있다. 그전까지는 여성정치시대라고 속단하기 이르다."
"여성이 정치에 큰 영향 미치지 못하고 있는 점 우선 반성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