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관자>
미래인
<방관자>(미래인 펴냄)는 아이들 사이의 폭력과 집단 따돌림을 다룬 청소년 소설이다. 책속 아이들의 대답이나 모습은 우리 아이들과 크게 달라 보이지 않는다. 아니, '우리 아이들도 이처럼 휩쓸리고 누군가를 따돌리고 폭행까지 하겠구나!'의 생각이 들곤 했다.
문득 생각나는 것. 지난 한 해 동안 딸은 종종 "화장실에서 담배피우는 아이들(담배 연기) 때문에 머리가 너무 아프다"며 고통을 호소하곤 했다. 딸은 한 번씩 "선생님 말대로 담배 피는 것을 보면 핸드폰으로 찍어 선생님께 증거를 제시하겠다"고 했다.
그런 아이에게 난 첫번째 아이의 엄마처럼 "끼어들지 말고 그냥 참으라"고 애원했다. 소설 속 할렌백처럼 나쁜 애에게 밉보이거나 혹은 보복을 당해 시시때때로 (집단)폭행당하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 때문이었다.
집단 따돌림 '모른척'...어쩔 수 없는 선택최근 집단 따돌림과 폭행 관련 보도가 좀 많았나. 다른 엄마들 역시 아마도 나처럼, 소설 속 아이의 엄마처럼 끼어들거나 참견하지 말기를 당부하지 않을까. 못 본척하거나 관심 끄라고, 개입되지 말라고 말이다. 잘못된 줄 알지만, 이런 것들이 자양분이 되어 더 큰 폭력과 왕따를 양산한다는 걸 잘 알지만 나로선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소설은 내 친구 중 누군가 심하게 맞는 것을 보면서도 끼어들기 싫어서, 그리고 귀찮아서,혹은 그 애 눈에 거슬리거나 보복 당할까봐 두려워서 등과 같은 이유로 폭력을 방관하거나 침묵하면 언젠가 나도 폭행을 당할 수 있다는 사실을 경고한다.
중2 에릭은 얼마 전 오하이오에서 롱아일랜드로 이사 온 전학생이다. 대부분의 전학생들처럼 에릭 역시 친구들을 사귀고 학교생활에 적응하는데 온 신경을 쓴다. 이런 에릭이 처음 만난 애는 케첩 범벅이 돼 도망치는 할렌백과 그 뒤를 쫓는 그리핀 무리.
아이들 폭행에 우두머리격인 그리핀은 인사 잘하고 잘생긴 훈남이다. 게다가 어른들 맘에 드는 말만 골라서 한다거나 비위 잘 맞추고 워낙 싹싹하다. 그런지라 어른들과 선생님은 그리핀이 실은 못된 아이란 걸, 아이들을 이용해 맘에 들지 않는 아이를 괴롭히거나 폭행한다는 걸, 도둑질까지 한다는 걸 알아채지 못한다.
<방관자>는 가해자와 피해자 사이에서 갈등하는 '방관자'의 도덕적 딜레마를 지극히 현실적인 시선으로 들려준다. '방관자가 곧 다음 피해자가 될 수 있다', '폭력에 대한 방관과 무관심 혹은 침묵은 또 다른 폭력을 자라게 한다.'와 같은 메시지로 '폭력에 대한 방관과 침묵도 또 다른 폭력'이라는 걸 경고한다.
에릭에게 그리핀은 호의적이다. 누구에게나 처음에 그런 것처럼 말이다. 심지어는 자기 집으로 데려가 자신의 보물 1호와 같은 소중한 것들을 보여주기도 하고 들키고 싶지 않은 치욕스런 아버지의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이에 에릭 역시 정신병을 앓고 있는 아버지에 대해 이야기 하는 등 마음을 털어 놓으며 그리핀과 어울리게 된다.
….아이들이 이 게임(주: 한 사람을 상대로 여러 아이들이 금방이라도 팰 듯 주먹 등이나 말로 겁을 주는 일명 겁주기 게임)을 하는 동안 에릭은 한마디도 안 했다. 자기는 아무런 잘못이 없다고 에릭은 생각했다. 그 못된 장난에 참여한 적이 전혀 없으니 말이다. 할렌백을 괴롭히기 위해 손가락 하나 까딱한 적도 없고, 그 게임이 재미있다고 생각한 적도 없었다. 그래서 에릭은 한 걸음 물러난 채, 그저 못 본 척했다. 하지만 사실 에릭은 모든 것을 다 보고 있었다. 복도에 있는 다른 아이들처럼 말이다. 그리고 점차 그 장난의 본질을 깨닫기 시작했다. -<방관자>에서에릭은 그리핀의 호의로 무리들과 어울리며 여럿 아이가 한 아이를 희생물로 삼아 놀리는 겁주기 게임이나 폭행에 가담하게 된다. 그리하여 누군가를 괴롭히고 폭행하는 것을 수없이 보게 된다. 하지만 자신은 이처럼 한마디도 하지 않으니, 그리고 누군가를 직접 폭행하지도 않으니, 그저 보고 있는 정도니 아무런 잘못이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럴까?
에릭이 침묵과 방관이 잘못됐다는 것을 알아차리기 시작하는 순간, 그리핀은 함께 어울렸던 무리들과 함께 에릭을 처참하게 폭행한다. 이어 에릭의 사물함에 이상한 것이 들어 있으니 검사를 해야 한다는 등의 허위신고로 그동안 폭행을 방관한 에릭은 대가를 톡톡히 치른다.
누구에게나 그래왔듯 자신에게 유리하도록 그물을 친 그리핀은 에릭을 협박한다. (에릭이) 애견 산책 아르바이트를 하기로 한 로젠 아줌마네 집에서 수집용 오래된 은화 몇 개를 훔쳐 자신에게 주면 폭행에서 벗어나게 해 주겠다고. 그렇지 않으면 에릭의 개인 사물함에 퇴학 대상 불법 소지물인 약이나 무기 등을 넣겠노라 협박하는데….
사실 학교 폭력, 집단 괴롭힘 문제는 예전부터 있었지만, 요즘처럼 심각한 적은 없었다. 주인공 에릭은 파란 눈의 아이이지만, 사실 우리 아이들의 자화상과 같다. 청소년 대부분이 그와 같은 고민에 빠져 있기 때문이다. 이들이 방관자의 태도를 벗고 적극적으로 행동한다면, 집단 괴롭힘 문제와 학교 폭력은 자연히 해결될 것이다. 이 책이 우리 아이들의 고민을 덜어주고, 학교 폭력의 진정한 해법을 알려줄 것이라고 생각한다.-추천사 '신순갑(청소년 폭력 예방재단 사무총장)'
수많은 아이들이 이 책에서 자기 모습을 발견할 것이다. 약간은 고통스럽겠지만 꼭 읽어야 하는 책이다.-추천사 '퍼블리셔스 위클리(미국 출판 전문지)'폭력 근절 이유, 또 다른 폭력을 부르기 때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