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림규탄 퍼포먼스서울점령자들이 구럼비 바위를 만들고, 종이박스에 피켓을 써서 강정마을의 구럼비바위를 폭파하는 건설사 대림건설을 규탄하는 퍼포먼스를 진행하고 있다.
박정훈
오후 4시, 강정의 구럼비 폭파에 항의하기 위한 퍼포먼스를 준비하기 위해 점령마을에 사람들이 하나둘씩 모여들었다. 아이의 손을 잡은 일가족부터 트위터를 보고 찾아온 트위터리언들, 생태주의자들, 아나키스트, 청년예술가, 대학생 등 정말로 다양한 사람들이 마을을 찾아왔다. 박스와 신문지, 물감 등을 이용해 구럼비 바위를 만들고 손으로 '제주해군기지 반대'를 종이에 갈겨썼다. 작업이 끝나자 구럼비 바위를 든 이들은 곧바로 점령촌을 나와서, 청계광장을 따라 미 대사관 뒤에 있는 대림건설로, 광화문으로, 삼성생명으로 행진했다.
"삼성은 불법공사 중단하라!" "구럼비 바위 파괴하는 대림건설 규탄한다!"
대열도, 구호도 어색하고 사람도 소수였지만, 바로 그런 점 때문에 많은 사람들의 시선을 끌 수 있었다. 물론 삼성용역과 경찰의 시선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들은 우리의 길을 가로막아 한 때 구럼비 바위가 경찰에 의해 갇히는 장면이 연출되기도 했다. 행진을 마치고 다시 광장으로 들어온 우리들은 <뉴스타파> 강정편을 보고 분노하기도 하고, 곧바로 광란의 음악회를 진행하기도 한다.
'Super Fury Seoul Vol.1'이라는 이름의 음악회에 발언은 필요 없었다. 인디 음악을 즐기는 청년예술가들의 노래소리는 점령운동의 일부였기 때문이다. 우리는 광장을 느꼈고, 즐길 뿐이었다. 광장의 쌀쌀한 바람조차도 텐트와 모여든 사람들 사이를 지나며 마을을 구성하는 요소가 된다. 물론 나 같은 전형적인 운동권 학생은 점령마을의 음악보다도 앞집 재능 교육 농성장의 민중가요가 더 편하다. 그러나 바로 그 지점, 다른 문화와 감성의 이야기들이 공유되고 이해되지 않는 것이 우리 삶을 지배하는 또 다른 기재일 것이다.
"언제 마쳐요? 호텔에서 잠 좀 자자고 하네." 순찰 아저씨가 와서 내게 물었다. 음악회는 10시쯤 끝났다. 아마도 10시에 자는 호텔승객들은 없을 것이다. 호텔 관리자가 시끄러운 음악에 손님이 나가지 않을까 불안해하는 것이 진실에 가까운 이야기일 것이다. 약간의 미안한 마음도 있다. 그러나 조용한 의사봉과 들리지 않는 강정 구럼비 바위의 폭파소리, 1500일이 넘는 재능교육 해고 노동자들에 대한 침묵이야말로 우리를 잠들지 못하게 할 공포와 야만의 소리가 아니겠는가?
'부랑자'들의 마을... 하지만 1% 보다 깨끗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