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춘선 ITX-청춘열차 화장실 내부. 1시간에서 1시간 20분 남짓 달리는 열차 안에서 사용하기에는 지나치게 '럭셔리'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성낙선
코레일은 열차를 고속화하고 고급화하는 이유로 철도 이용 고객들의 생활수준과 요구가 높아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코레일은 빈부격차가 심해지면서 생활수준이 오히려 예전만 못한 사람도 그만큼 많아지고 있다는 사실은 간과했다. 가뜩이나 힘든 살림에, 열차를 이용하는 데서도 빈부격차를 느껴야 하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 경춘선처럼 같은 승강장에서 누구는 ITX를 타고 가고, 누구는 일반 전철을 타고 가야 하는 일을 경험하는 건 그리 유쾌한 것이 아니다.
코레일의 사업 논리는 냉혹하다. 아무리 높은 요금을 책정해도 고속화된 열차를 필요로 하는 고객은 있기 마련이기 때문에, 그런 고객들을 대상으로 열차를 운영해서 좀 더 높은 수익을 올리자는 것이다. 공공기관으로 보기 힘든 논리다. 공공기관을 선진화한다고 해서, 모든 국민이 그 혜택을 누릴 수 있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이명박 정부가 말하는 '선진화'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 명확하게 알아둘 필요가 있다.
능력이 돼서 높은 요금을 지불할 의사가 있는 사람들을 위해 좀 더 빠르고 편안한 고속화 열차를 새로 도입하는 것까지 문제 삼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시민들이 지금까지 별 탈 없이 이용하던 값싼 교통수단을 없애고 그 자리에 값비싼 교통수단을 들여놓을 때는 문제가 다르다. 거기에는 그에 맞는 합당한 조치가 있어야 한다.
ITX-청춘열차의 높은 요금에 춘천 시민들의 불만은 높다. 춘천시는 올해 1월 12일 고속교통망에 대한 시민 의견을 조사한 결과, 응답 가구의 83.4%가 "준고속열차(ITX-청춘열차) 운임이 비싸다"는 의견을 내놨다고 밝혔다. 수도권을 방문하는 데 경춘선을 이용한 비중은 50.5%에 달했다.
코레일이 주장하고 있는 것처럼 "ITX-청춘열차는 전철과는 다른 준고속열차이기 때문에 당연히 그에 맞는 요금을 지불해야 한다"는 걸 모르는 시민은 없다. 문제는 그동안 다수의 시민들이 폭넓게 누려오던 혜택을 빼앗아가면서 별다른 대책도 내놓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요금이 현실에 맞지 않게 너무 높게 책정됐다는 것도 분명히 따져봐야 할 문제다.
코레일의 한 관계자는 "준고속열차가 무궁화호보다 상위에 있는 차종이기 때문에 그보다 높은 요금을 책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무늬만 준고속인 열차를 다른 열차와 어떻게 비교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춘천시민들이 바보가 아닌 이상, 코레일이 하는 일에 박수만 치고 앉아 있을 수는 없다. 항의와 비난은 당연하다. 코레일은 현재 시민단체들의 요구를 일부 받아들여 현재 ITX-청춘열차에 30% 할인요금을 적용하고 있다.
그 할인요금을 두고, 앞서 말한 관계자는 "사실상 요금을 30% 인하한 것과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할인요금은 어디까지나 할인요금일 뿐이다. 코레일은 30% 할인요금을 언제까지 적용할지 분명하게 정해 놓지 않은 상태에서, "앞으로 물가 인상 등 철도운임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여 기존의 철도운임 체계와 연동하여 탄력적으로 할인율을 조정할 계획이다"라고만 밝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