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균관대학교 교내에 <성대신문> 1520 결호사태의 경위를 설명하는 대자보가 붙어 있다.
김경훈
'우리들은 우리가 다니는 대학이 지금 무슨 일을 하는지 제대로 알 수도 없고, 당연히 학교가 하는 일에 대해 비판할 자유 또한 갖지 못하고 있다. 이런 토양에서 학생들이 자신들이 받을 교육을 구성할 권리, 즉 '학생자치'는 점점 설 곳을 잃어가고 있다.'
최근 성균관대에 붙은 대자보의 한 대목이다. 학내언론의 위기다. 돌이켜 보면 학내언론의 위기를 말하는 목소리는 늘 있어왔다. 민주화 이후 학내언론의 위상이 예전 같지 않다는 것은 이미 상식이 돼버렸고 학생들 또한 무관심하다.
그러나 우리는 다시 학내언론의 위기를 말한다. 학내언론의 위기가 단지 학내언론의 위기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대학의 위기, 대학 교육의 위기이기 때문이다. 지금 여기, 학내언론의 위기를 보여주는 몇 개의 사례가 있다.
[사례①-성균관대] "주간이 반값등록금 기사를 광고 등으로 대체"58년 역사를 자랑하는 <성대신문>(주간: 김통원 교수)은 최근 홍역을 앓고 있다. 주간교수(주간)와의 마찰 때문에 개강호가 발행되지 못한 초유의 사태를 맞은 것이다. <성대신문> 기자단은 6일 홈페이지를 통해 "5일 발간 예정이었던 1520호가 주간의 결호 선언으로 인해 발행되지 못했다"고 밝혔다.
<성대신문> 기자단은 주간이 '류승완 박사 관련 기사'를 문제 삼으면서 이런 사태가 벌어졌다고 주장했다. 류 박사는 학교의 강의 박탈에 맞서 1인 시위를 하던 중 "학교 미관을 해친다는 이유로 교직원에게 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해 폭행여부를 둘러싸고 논란이 일었다.
<성대신문>은 학교 측 반론과 함께 이를 보도하려 했으나 주간은 "졸업식 방해는 있을 수 없는 일이며, 학교 측이 폭행을 했을 리가 없다"며 기사화를 한 달 뒤로 미룰 것을 제안했다. 기자단은 이에 반발했으나 "의견 차를 좁히지 못한 채 주간은 결호를 선언했다"고 말했다.
이에 기자단은 "(주간이) 이번뿐만 아니라 그간 ▲ 반값등록금 기사 ▲ 비정규교수노조 분회장 인터뷰 기사 등을 다른 기사나 광고로 대체했다"며 불신임을 선언하고, 주간이 교체될 때까지 발행을 잠정 중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학생회와 동아리 등도 <성대신문>을 지지하고 나섰다. 사회과학대 학생회, 총여학생회 비상대책위원회, 사회과학대 학회 TATA, 인사캠 중앙동아리 노동문제연구회 등은 '학내언론의 자유를 억압하는 대학당국을 규탄한다!'는 대자보를 붙이고 <성대신문> 지지를 표명했다.
노동문제연구회의 손기열(23)씨는 "이번 사건은 주간이 편집에 간섭하고 기사를 삭제할 수 있다는 사실을 대중적으로 알렸다"며 "학보가 학내의 비판적 여론을 전달하는 역할을 했어야 하는데 그게 봉쇄돼 있었던 상황임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기자는 학교측 의견을 듣기 위해 3월 7일 연구실을 찾았다. 주간을 만났지만 그는 "할 말은 많은데 지금은 말하지 않겠다"며 인터뷰를 거절했다.
[사례②-외대] "학보는 학생 신문이 아니라 학교 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