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5당과 한미FTA 저지 범국민본부 주최로 2월 25일 오후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한미FTA 반대집회에서 참가자들이 이명박 대통령을 감옥에 가두는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남소연
레이건 시대 미국 국세청은 소득신고에 대한 회계감사를 중단했고, 환경보호청은 오염배출 공장에 눈감았으며, 연방거래위원회는 불공정거래에 대해 전혀 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연방통신위원회는 공중파를 기업에 넘겨줬다.
이명박 시대 한국의 공정거래위원회는 대기업의 불법에 눈을 감았고, 법무무 장관은 '친기업' 정책을 펴겠다고 했으며, 감사원과 금감원은 저축은행 비리를 묵인했고, 방송통신위원회는 국민의 채널을 보수언론에 선물로 안겨줬다.
레이건의 자유시장만능주의가 엔론 파산, 캘리포니아 부도, 동부지역 정전, 그리고 결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불러왔듯이 이명박의 친 대기업 정책은 저축은행 파산으로 수많은 서민의 피눈물을 짜냈고, 수많은 중소기업을 몰락시켰고, 기업형슈퍼마켓(SSM)의 무분별한 팽창을 용인해 영세 자영업자를 파산으로 내몰았다.
레이건 시대 미국정부가 기업에 대한 감시견에서 애완견으로 변했듯이, 이명박 시대 한국정부는 기업, 아니 재벌기업의 애완견이 됐다. 레이건 시대 미국에서 언론과 지식인들이 "GM에 좋은 것이면 미국에 좋은 것"이라 외쳤듯이 이명박 정부, 아니 민주정부 이후 한국에서도 "삼성에 좋은 것이 한국에 좋은 것"이라는 논리가 거의 신앙처럼 굳어졌다.
레이건 이후 미국에서는 민주당 클린턴이 두 번이나 집권하고 개혁성향의 오바마까지 대통령이 됐지만, 레이건 시대의 감세와 탈규제 정책을 완전히 뒤집지 못했으며 아직도 법인세는 레이건 시대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지적이 많다. 레이건의 보수혁명을 뒤집기에 미국의 민주당은 너무나 무기력하고 이념적으로 무장 해제된 상태다.
이명박 시대 4년, 민주당은 무엇을 했나이명박 정권의 감세정책과 친 대기업 정책이 한국의 빈부 격차를 벌려놓고, 46개 산업에서 재벌이 시장을 독점하도록 만들었으며, 수백조 원이 넘는 부를 그들에게 이전시켜 놓았다. 그런데 우리의 의문은 이명박 정권이 4년간 이렇게 나가는 동안 옛 민주당은 어디에 있었으며, 그전 10년 집권한 동안에는 뭘 했느냐는 것이다.
사실 김대중 정부는 신자유주의 구조조정과 민영화가 살길이라고 생각하고 그 방향으로 나아갔다. 그래서 IMF 위기극복이라는 명분하에 김대중 노선에 비판적이던 시장주의자들을 중용해 그들이 원하는 대로 '개혁'을 추진했다. 노무현 정부는 삼성경제연구소의 '2만 불 시대' 담론을 수용했으며 조직 노동에 적대적이었고 한미FTA를 추진했다. 옛 민주당에는 '선수'가 없었다. 그리고 지난 4년 동안 소수야당이라는 이유로 이 모든 일의 책임에서 빠지고 있다.
우리는 민주정권 10년 동안 '이헌재 사단'으로 알려진 재경부 출신의 모피아가 청와대, 여당의 경제라인을 장악한 것을 보았다. 즉 열린우리당 - 민주당은 정권은 잡았을지 모르지만 경제정책의 주도권은 언제나 현 여당과 사실상 철학을 공유한 집단에 넘겨줬던 것이다.
그런데 이들 경제관료 출신에게 책임을 돌리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이들 모피아를 중용한 것도, 그들의 말을 충실히 들은 사람들도 옛 민주당이기 때문이다. 그들을 장악할 실력과 준비가 돼 있지 않은 것이 문제의 처음이자 끝이다.
<코끼리는 생각하지마>라는 책에서 조지 레이코프가 미국 민주당을 비판한 것처럼 이들은 애초부터 큰 그림, 즉 이념이 없어서 그렇게 됐는지도 모른다. 즉 세세한 정책에 대해 맞장뜰 실력이 안 되면 큰 이념이나 주장을 강력하게 내세우고, 고통받고 있는 국민과 직접 만나서 그들의 육성을 무기로 삼아 여론을 동원하고 대안을 찾아야 하는데, 과거 민주당 내에 그런 의원이 한 사람이라도 있었는지 우리는 거의 기억하지 못한다.
김대중, 노무현 두 대통령은 스스로가 모든 것을 알고 있다고 생각해서인지 '진보 세력'에 도움을 호소하지도 않았다.
비전 없는 정권심판론의 한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