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교육청의 '공문 없는 날' 보도자료경기도교육청이 전국 최초라며 내세운 '공문 없는 날'이 사실상 거짓인 것으로 드러났다.
임정훈
"수요일에 안 한 공문처리를 목요일에... 조삼모사"경기도교육청(교육감 김상곤, 아래 도교육청)이 교원 업무 경감의 하나로 전국 최초 시행을 내세우며 보도자료를 내고 추진한 '공문 없는 날'이 사실상 거짓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첫 시행일인 지난 7일 경기도 내 각 학교에는 도교육청과 지역교육청 등에서 보낸 공문들이 수북하게 쌓였고 학교 현장에서는 교사들의 불만과 원성이 높았다.
도교육청은 지난 5일 대대적인 홍보를 통해 '전국 최초 매주 수요일 <공문 없는 날> 전면 시행'한다고 밝혔다. "도내 초중고 교사들은 매주 수요일, 교육청의 공문을 받지도 보내지도 않는다"는 것이 핵심내용이다. 도교육청은 이를 위해 지난 1월과 2월 두 달에 걸쳐 시범 운영까지 실시했다. 여기에는 도교육청과 북부청사 일부 부서와 화성오산교육지원청, 평택교육지원청, 연천교육지원청 등 3개의 지역 교육청이 시범 운영 기관으로 나섰다.
그러나 도내 전 지역으로 전면 확대 실시한 첫날인 지난 7일 도교육청의 이 같은 홍보와 시범 운영은 무용지물이 됐다. 도내 거의 모든 초중고교에서 도교육청과 지역교육청 등에서 보낸 공문이 넘쳐났던 것이다.
평택의 한 중학교에서는 이날 하루에만 87건의 공문이 오고 갔는데 도교육청과 지역교육청에서 보낸 공문이 33건이나 되었다. 성남의 한 고교에서도 도교육청 등 외부에서 보낸 공문이 31건에 이르렀다. 이를 배부 받은 해당 학교 교사들은 공문을 처리해야 했다.
매주 수요일을 교육청의 공문을 받지도 보내지도 않는 '공문 없는 날'로 만들겠다던 도교육청의 발표가 사실상 거짓으로 드러나자 교사들의 비난과 지적도 이어졌다.
성남 ㅇ고의 한 교사는 "학교현장 업무처리 프로세스를 전혀 모르는 무지다. (교육청에서) 어제 보내면 일선학교에서는 오늘 접수한다. 결국 수요일은 교육청에서만 공문이 없는 날이라는 말이다"라며 도교육청의 탁상행정을 비판했다.
군포의 한 고교 교사도 "결국 업무는 그대로인데 수요일 안 한 공문 처리를 목요일에 하면 뭐가 다른가. 조삼모사가 따로 없다"면서 "도교육청이 이벤트의 유혹에 빠져 보여주기식 실적주의 행정을 펼치고 있어 개탄스럽다"라고 지적했다.
오산의 한 초등학교 교무부장 교사는 "평상시 공문을 줄여야지 수요일에 공문을 안 주고 화요일이나 목요일에 몰아서 주면 무슨 의미가 있나. 학교 교사들의 분위기는 매우 못마땅해하고 싸늘하다고 꼭 써달라"고 하소연했다. 실제로 도교육청이 내놓은 자료를 보면 시범운영 과정에서 화·목요일에 공문이 집중되는 현상이 나타났던 것으로 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