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일 전문위원
유혜준
"행주 누리길은 고양시를 대표하는 문화재도 있고, 텃밭도 있고, 산길도 있어, 다양한 지역을 지나가는 코스라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 전철을 이용해서 올 수 있기 때문에 교통이 굉장히 편리하고, 또 끝나는 지점은 역사가 깃든 의미 있는 장소입니다. 행주산성이 있기 때문이지요. 이곳에는 먹거리도 많이 있기 때문에 서울 근교에 사는 사람들이 많은 예산을 들이지 않고 올 수 있는 대중적인 코스라고 생각합니다."
정동일 전문위원이 표지판을 보면서 설명했다. 정 전문위원의 설명대로 '행주 누리길'은 원당역에서 출발해 행주산성 입구까지 이어지는 길이다. 대부분이 흙길로 되어 있으나, 일부 구간은 포장된 길이 포함되어 있다. 도심을 지나가는 길은 포장도로가 당연히 들어갈 수밖에 없는 한계가 있으므로. 그건 제주올레나 지리산길, 바우길도 마찬가지다.
3월이 시작되었지만, 봄은 아직 남녘 끄트머리에 머물고 있어, 길 위에서 봄이 오는 모습은 볼 수 없었다. 하지만 푹신한 흙길은 봄기운은 잔뜩 머금고 있었고, 안개처럼 뿌려지는 봄비는 봄기운을 돋우는 역할을 조금이나마 하고 있었다. 코 끝에 와서 머무는 바람은 알싸한 향기를 지녔다.
성라공원의 국사봉으로 오르는 길은 두 갈래로 나뉜다. 약수터를 지나는 길은 포장이 되어 있고, 고인돌을 지나는 길은 걷기 좋은 흙길이다. 약수터를 지나게 코스를 잡은 것은 미처 물을 준비하지 못한 사람들을 위한 배려다. 물병을 준비해서 약수터에서 물병을 채우는 것도 좋겠다.
국사봉에는 '날개 달린 아기장수' 전설이 깃들어 있다. '어느 곳에서나 쉽게 접할 수 있는 전설이지만, 국사봉 아래 마을이라고 장소를 못 박아서 내려오는 전설은 드물다'는 것이 정 전문위원의 지적이다. 겨드랑이에 날개가 달린 힘센 어린 아이가 태어난 것은 기뻐해야 할 일이지만 마을에서는 화근으로 여겼다. 불길한 존재가 되어버린 아기장수는 힘의 원천인 날개를 잃은 뒤, 힘이 빠져 죽어버렸다.
이런 인물이 역사 속에 어디 한둘이었을까 싶다. 풍수지리에서는 훌륭한 인물이 태어나는 장소를 짚어주고, 산소 자리까지 봐주지만 그것이 늘 좋은 결말을 얻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국사봉 가는 길에 세워진 표지판을 보면서, 이런 전설을 하나쯤 기억해두는 것도 괜찮다.
'꽃물'이 '골머리'로... 어쩌다 이름이 이렇게 변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