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황사 입구에서 바라본 월출산. 정상만 눈이 덮여 신령스럽게 보인다.
전용호
달이 뜨는 산, 월출산으로영암으로 향한다. 그곳에는 가수 하춘하가 "달이 뜬다"고 노래한 월출산이 있다. 영암이라는 말은 신령스러운 바위가 있어서 생긴 지명이다. 그 바위가 월출산이 아니겠는가? 월출산은 남도를 가로지르는 국도 2호선에서도 보이고, 땅끝으로 향하는 국도 13호선이 남쪽으로 내려오다 보면 넓은 들에 우뚝 선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월출산으로 향하는 방법은 크게 세 가지. 천황사 입구, 경포대, 그리고 도갑사다. 월출산의 웅장한 맛을 느끼려면 천황사 입구로 들어서야 한다. 월출산은 이름 그대로 '달이 뜨는 산'. 아침 일찍 산에 올라 해를 보는 것은 당연하게 느껴지는데, 달을 보러 산에 오르는 것은 뭔가 어색하기만 하다. 근데 산에서 달을 보는 기분이 궁금하기도 하다. 언제 기회가 있을지는 모르겠다.
상쾌한 아침 공기를 마시며 산으로 오른다. 산으로 오르는 발걸음이 가볍다. 월출산은 주 등산로는 정상인 천황봉을 오르고 구정봉을 지나 도갑사로 가는 길이다. 이 길은 천황봉과 구정봉 암릉을 즐기고, 억새가 나풀거리는 능선 길을 걸어가는 아름다운 산길이다. 애들과 함께 즐기려면 바람폭포 쪽에서 철계단을 올라 구름다리를 돌아 내려오는 길도 있다.
구름다리, 이름 참 잘 지었네월출산을 찾은 지난 2월 26일. 천황사 쪽에서 구름다리를 건너고, 사자봉 언저리를 돌아 천황봉으로 오를 생각이다. 내려가는 길은 바람폭포 쪽으로 잡으면 4시간 정도 여유 있게 산길을 걸을 수 있다. 이 산길은 원점회귀로 월출산의 여러 가지 모습을 볼 수 있어서 좋다.
천황사는 얼마 전에 불타버렸는데 대적광전과 요사를 새로 지었다. 높은 기단 위에 선 대적광전이 썰렁하고 어색하기만 하다. 구름다리로 오르는 길은 가파른 경사길이다. 오르고 또 오르는 길. 길 중간에는 숨을 고르며 쉬어가는 사람들이 인사를 건넨다. "힘들게 왜 올라가?" 그냥 웃음으로 답한다. 물어 본 사람도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한 말이다.
가파른 돌계단 길을 바짝 올라가면 팔각정과 구름다리가 여행객을 반긴다. 힘든 산길에서 만난 주황색 구름다리는 계곡 사이로 멋지게 걸렸다. 아직은 찬 기운이 남아있는 바람을 맞으며 구름다리를 건넌다. 구름다리에서 바라본 풍경이 시원하다. 구름다리란 이름이 너무나 아름답다. 구름이 지나가는 곳에 놓인 다리라 구름다리라고 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