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도전>
MBC
그러나 이렇게 MBC가 초토화되어 가고 있는 상황에서도 '드라마 왕국' MBC의 간판이라 할 수 있는 드라마만큼은 파행을 겪지 않고 꾸준히 전파를 타왔었다. 그것이 가능했던 것은 드라마 PD들이 지금까지 파업에 참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드라마 PD들은 왜 지금까지 파업에 동참하지 않고 꿋꿋하게 현장을 지켜왔던 것일까? 그들에겐 무너져가는 '공영방송' MBC가 보이지 않았던 걸까? 그 이유는 바로 드라마라는 프로그램의 특수성에 있었다.
매일, 혹은 매회 개별적인 에피소드가 방송되고 회 간의 유기성이 떨어지는 뉴스와 교양프로, 예능프로와는 달리 드라마는 첫 회부터 마지막회까지 이야기가 이어지는 특성을 갖고 있다. 어제 내용과 오늘 내용, 지난주 내용과 이번 주 내용이 긴밀한 연속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파업으로 인해 중간에 공백기가 생기면 맥이 뚝 끊어지게 된다. 그리고 그렇게 한 번 끊어진 맥은 방송이 재개된다고 하더라도 복구가 거의 불가능하다.
또한 긴 호흡을 갖고 짧게는 6개월, 길게는 몇 년씩 이어지는 예능 프로와 달리 드라마는 주중 미니시리즈의 경우 8주면 끝이 날 정도로 방송 주기가 짧다. 다시 말해 한 해 방송될 드라마의 편성이 연초에 결정되면, 각각의 제작진과 출연진들은 자신들 드라마의 방영 시기에 맞춰 준비에 들어간다.
이런 과정이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매끄럽게 돌아가야 하는 상황에서, 어느 하나의 톱니가 튀어버리면 그 여파는 다른 톱니들로 줄줄이 이어지게 된다. 드라마 하나가 파업으로 뭉개져 버리면 그 여파는 제작이 준비되어 있는 다른 드라마들에게까지 미치게 되는 것이다. 드라마를 위해 스케쥴을 조율하고 비워놓은 수많은 연기자를 비롯해 손해와 피해를 입는 이들이 한둘이 아니게 되고, 무엇보다 시청자와의 약속을 어기게 된다.
이런 사정이 있기 때문에 그동안 드라마PD들은 파업에 참여하지 못했다. 지난 1월 30일, 공교롭게도 파업이 시작된 날 제작발표회를 가진 MBC 주말드라마 <무신>의 김진민 PD가 파업에 대한 질문을 받자 "오래 전부터 해온 약속"이라며 "드라마는 나와야 한다"고 말했던 것도 바로 위와 같은 이유들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랬던 드라마 PD들이 결방을 불사하면서까지 파업에 동참한 것은 무엇 때문이었을까? 이유는 대략 두 가지로 추측된다. 하나는 현재의 파업이 그 어느 때의 파업보다 심각한 사안이라는 것, 다른 하나는 무탈하게 방송이 되고 있으면서 시청률까지 고공행진하는 드라마를 자신들의 책임회피용으로 '언론플레이'하고 있는 김재철 사장과 사측의 행태를 더는 두고 볼 수 없었던 것. 이 두 가지 때문이 아니었을까?
파업 한 달이 훌쩍 넘었지만 사태는 조금도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노조에 가입되어 있는 일선 PD들뿐만 아니라 보직을 맡고 있는 부국장, 부장 등의 간부들도 속속 보직을 사퇴하고 파업에 동참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예능국 보직 PD들까지 나서 김재철 사장에게 사태해결을 위한 노력을 촉구했다.
'아전인수' 김재철 사장, 시청자들의 분노는 안 보이나그러나 김재철 사장과 MBC 경영진은 눈을 감고 귀를 닫은 채 나날이 강경대응하며 그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박성호 기자회장에 이어 지난 5일에는 이용마 노조 홍보국장이 해고됐고, 보직을 사퇴하고 파업에 동참한 최일구, 김세용 앵커는 정직 3개월이라는 중징계를 받았다. 여기에 노조를 상대로 30억원의 손해배상청구소송까지 제기한 상황. 사태 해결을 위한 노력 대신 강경대응 일변도인 사측의 태도에 결국 드라마 PD들은 총회를 열어 장시간 논의했고, 파업 동참이라는 결정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