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산정사
정만진
사촌마을에는 김사원과 관련이 있는 집이 한 채 더 있다. 마을 중심 도로를 사이에 놓고 만취당과 맞은편에 있는 후산정사(後山精舍)가 바로 그것. 1767년 후손들이 그의 제사를 지내고, 아이들을 교육하는 장소로 쓰려고 처음 지었단다. 1991년에 다시 지어졌다. 지은 연대가 짧아 문화재는 아니지만, 우람하고 오래된 나무들과 집이 잘 어우러져 멋진 풍경을 자아낸다.
김사원이 집에 '만취당(晩翠堂)'이라는 이름을 붙인 것은 담 건너편의 500년 된 향나무(기념물 107호)와 관련이 있다. 높이가 8m나 되는 이 거목 향나무는 소나무(松)가 아니면서도 '만년송(萬年松)'이라 불린다.
김사원의 증조할아버지인 김광수(金光粹, 1468~1563) 선생이 심었고, 이름도 김광수 선생이 붙였다. 그는 연산군의 폭정에 절망한 나머지 벼슬길에 나아가지 않고 사촌마을에 숨어(隱·숨을 은) 살면서 글을 읽고 제자들을 가르쳤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를 '송은(松隱) 선생'이라 불렀단다. 김사원도 죽을 때까지(晩·늦을 만) 소나무처럼 푸르게(翠·푸를 취) 살겠다는 의지를 다지는 뜻에서 집의 이름을 그렇게 지었던 것이다.
안내판은 500년 고목 '만년송'의 크기를 '높이 8m, 수관폭 2.5m'이라고 설명한다. 높이는 알겠는데, 수관폭(樹冠幅)은 무슨 뜻인지 헤아리기가 어렵다. 수관폭은 '나무(樹·나무 수) 중에서 모자(冠·갓 관) 모양 부분의 폭', 즉 나무 중에서 가지와 잎이 가장 많이 달려 있는 부분의 가로 너비를 말한다. 전나무 등 바늘잎나무의 수관폭은 대략 원뿔 모양을 이루고, 느티나무 등 넓은잎나무는 반달처럼 둥근 모습을 보인다. 국립국어원은 '수관폭' 대신 '나무갓'을 쓰는 것이 우리말을 곱게 가꾸는 데에 도움이 된다고 밝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