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촌마을 입구의 도로 풍경
정만진
치악산의 유명한 전설 '은혜를 갚은 꿩' 이야기이다. 전설 속의 선비는 '의성' 선비로 알려져 있다. 강원도를 지나 한양으로 간 그 많은 영남 지역의 선비들 중에서 특히 의성의 선비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것이다. 이 전설은 당시 사람들이 의성을 '선비 고을'로 인식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잘 말해준다.
선비 많은 의성, 赤岳山을 雉岳山으로 바꿨다'선비 고을'은 한자로 사촌(士村)이다. 의성군 점곡면 사촌마을에는 지금도 선비들이 살았던 고가들이 많이 남아 있다. 그래서 사촌마을은 들어서면서부터 '선비 고을'의 분위기가 물씬 풍겨난다. 임진왜란 당시 영의정이었던 류성룡이 이 마을에서 태어났고(1542년), 그가 쓴 국보 132호 <징비록>도 현령 엄정구(嚴鼎耈)가 1642년 무렵 의성에서 간행하였으니, 그만하면 사촌마을을 사람들이 '士村마을'로 떠올리는 것도 결코 무리는 아니다.
사촌마을 도로변에는 '여기는 사촌마을입니다'라는 '갈색 바탕 흰 글자'의 안내판이 서 있다. '갈색 바탕 흰 글자'는 역사유적‐문화재‐박물관 등을 안내하는 이정표의 색깔이므로, 이 안내판은 사촌마을이 스스로 '문화재'를 자부하고 있다는 표시이다. 물론 마을 안에 '사촌마을 기념관'까지 건립해 두었으니, 그 자부심은 인정받아도 좋을 터이다.
그런데 안내판에는 한자 이름을 '沙村'으로 적고 있다. 사촌마을이 '선비 고을'을 뜻하는 '士村'이 아닐까 여긴 짐작이 사실과는 맞지 아니한 것이다. 의성군 홈페이지를 보면 점곡면과 사촌마을의 이름은 중국의 인명과 지명에서 따온 곳으로 밝혀져 있다. 그렇다면 '사촌'을 이미지에 맞게 한자로는 '士村'으로 바꾸는 것이 좋지 않을까 여겨지기도 한다. '그래본들 결국 한자어 아니냐' 싶다면, 아예 '선비마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