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심 불교 복원하는 시금석 될 듯

[서평] 민족사학술총서 65 <초기불교의 사회적 실천>

등록 2012.03.05 16:22수정 2012.03.05 16:22
0
원고료로 응원
 <초기불교의 사회적 실천> 표지
<초기불교의 사회적 실천> 표지민족사
<초기불교의 사회적 실천> 표지 ⓒ 민족사

평생 해야 하는 게 공부라고 하지만 나이 70이 넘어서 박사학위를 받는다는 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은 아닐 겁니다. 배우는데 나이가 무슨 상관이 있겠느냐고 할 수 있지만, 현실에서는 그렇지 않을 겁니다. 동생이나 조카 또래의 젊은 교수 앞에 앉아 수업을 듣는다는 건 인지상정과 세월을 극복해야 하는 결심이 필요하니 결코 쉬운 일이 아닐 겁니다.

 

교과목을 수강하는 과정도 만만치 않겠지만, 학위논문을 작성해서 심사받는 과정이야말로 인고의 세월일 수도 있습니다. 내용은 물론 체제와 같은 시시콜콜한 것조차 요구에 맞도록 갖춰가면서 작성해야 하는 게 논문입니다. 따라서 지도교수나 심사위원들과 모든 면에서 잘 맞지 않으면 마음에 상처를 받을 수도 있는 과정이 학위과정입니다.

 

내로라하는 전문가들 앞에서 공개발표를 하고, 공개발표에서 제시된 여러 제안을 원만하게 수용하거나 답을 해야만 심사를 통과하거나 인정을 받을 수 있는 것이 논문이기에 보통의 글들과는 내용과 체제는 물론 격에서도 차이가 분명합니다.

 

김재영 지음, 민족사 출판의 <초기불교의 사회적 실천>은 1934년 생(74)인 저자가 박사학위 논문으로 제출한 내용을 보완해 낸 내용입니다.

 

불교 역시 제행무상에서 예외일 수는 없어

 

불교라고 해서 '제행무상'에서 예외일 수는 없을 것입니다. 석가모니의 탄생으로부터 2600여 년이라는 세월이 흐르는 동안 세월에 따른 변천사도 있을 수 있고, 세계 곳곳으로 전파되는 과정에서 시대·지역·문화·사회적 변화에 따라 불교도 자연스레 변화나 변천에 수반되었을 것입니다.

 

저자가 바라보는 한국불교의 현실은 매우 비관적입니다. 역사상 유례가 없을 정도의 위기에 봉착해 있는 한국불교의 위기는 몇몇 사람의 문제가 아니라 정치, 사회 문화적으로 복잡하게 얽혀 있어 무엇을 꼬집을 수 없을 정도라고 진단하고 있습니다.

 

한국불교가 봉착한 이러한 위기를 어떻게 극복하거나 헤쳐나갈 것인가에 대한 원초적 대안으로 제시하는 것이 저자의 연구결과이며 <초기불교의 사회적 실천>의 내용입니다.

 

불교에서는 '초발심'을 말하고, 속세에서는 '처음처럼'을 말합니다. <초기불교의 사회적 실천>을 통해서 저자가 제시하거나 하고자 하는 대안이야말로 2600여 년이라는 장구한 세월을 뛰어넘는 '초발심'이며 시대와 사회, 문화를 뛰어넘는 '처음처럼'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초기불교의 사회적 실천은

 

(1) 초기불교의 사회적 실천은 동시대의 사회적 문제를 치유하려는 치열한 시대정신으로 추구된 것이다.

(2) 초기불교의 사회적 실천은 광범한 민중적 협력과 참여에 의하여 전개된 것이다.

(3) 초기불교의 사회적 실천은 대중들의 치열한 사회의식을 동력으로 추진된 것이다.

(4) 초기불교의 사회적 실천은 기본적 담마/수행법의 본질적 요소이며 그 과정으로서 실현된 것이다.

(5) 초기불교의 사회적 실천은 전면적이며 근본적인 사회변혁운동으로 확산 된 것이다. -초기불교의 사회적 실천 PP 409∼427-

 

연구의 필요성과 연구방법이 서두에서 설명되고, 장 별 결과인 소결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결론입니다. 논문 체제로 구성되고, 학위의 격을 충족시키는 4장의 내용을 갈무리한 결론에 한국불교의 현실을 진단할 기준, 현실을 타개할 진로가 도출되어있습니다.

 

불교가 출현한 석가모니 시대이래 도래한 시대적, 정치적, 문화적, 사회적 상황과 오늘날 한국불교의 현실과 역할을 적나라하게 비교하고 진단해 볼 수 있는 진단키트가 될 것입니다.       

 

한국불교의 현실을 검·교정하는데 필요한 기준선

 

환경이 좋은 곳, 온도와 습도가 일정하게 유지되고 진동도 없으며 외부적 유해요소가 거의 차단되고 있는 좋은 환경에 보관하며 조심스레 취급하는 기기들도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검·교정이라는 것을 합니다. 

 

하물며 엄청난 세월이 흐르고, 황야보다도 더 거칠 수 있는 제반여건, 숭유억불과 같은 정치적 외풍, 종단을 달리하는 이해다툼, 종단 내 권력 싸움과 같은 풍파 속에 유지되거나 전해질 수밖에 없었던 우리나라의 불교이니 시나브로 변질, 왜곡, 변형된 부분이 있을 것입니다.   

 

저자 김재영이 학위논문을 보완해 출간한 <초기불교의 사회적 실천>은 세월, 시대, 문화, 역사, 사회에 순응하거나 적응하며 훼손되거나 변질 된 초심 불교를 복원하거나 제로 세팅하는 데 소용될 시금석이 될 것입니다. 

덧붙이는 글 <초기불교의 사회적 실천> / 지은이 김재영 / 펴낸곳 민족사 / 2012. 02. 28 / 값: 25,000원

초기불교의 사회적 실천

김재영 지음,
민족사, 2012


#초기불교의 사회적 실천 #김재영 #민족사 #민족사학술총서 #석가모니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남자들이 좋아하는 거 다 좋아하는 두 딸 아빠. 살아 가는 날 만큼 살아 갈 날이 줄어든다는 것 정도는 자각하고 있는 사람. '生也一片浮雲起 死也一片浮雲滅 浮雲自體本無實 生死去來亦如是'란 말을 자주 중얼 거림.


AD

AD

AD

인기기사

  1. 1 81분 윤·한 면담 '빈손'...여당 브리핑 때 결국 야유성 탄식 81분 윤·한 면담 '빈손'...여당 브리핑 때 결국 야유성 탄식
  2. 2 "한 번 씻자고 몇 시간을..." 목욕탕이 사라지고 있다 "한 번 씻자고 몇 시간을..." 목욕탕이 사라지고 있다
  3. 3 나무 500그루 가지치기, 이후 벌어진 끔찍한 일 나무 500그루 가지치기, 이후 벌어진 끔찍한 일
  4. 4 민박집에서 이런 이불을 덮게 될 줄이야 민박집에서 이런 이불을 덮게 될 줄이야
  5. 5 [단독] 명태균 "검찰 조사 삐딱하면 여사 '공적대화' 다 풀어 끝내야지" [단독] 명태균 "검찰 조사 삐딱하면 여사 '공적대화' 다 풀어 끝내야지"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