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고독사예비군'이신가요?

[생활에세이12] 독신문화

등록 2012.03.05 11:53수정 2012.03.05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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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풀리니 산책하러 자주 나가게 된다. 집 근처 어디를 가건 독신자 아파트나 원룸, 오피스텔을 흔히 보게 된다. 또한, 마트에 가면 1인용 밥솥, 1인용 먹거리 같은 것도 더 대중화 된 것을 느끼게 된다.


혼자서 마음 편하게 살고 싶어 독립하는 사람이건, 혹은 근래에 증가한 '돌아온 싱글'로 인해서건 이제 1인 사회는 일상이 된 느낌이다. 하지만 독신을 고집한다는 것은 꼭 긍정적인 것만은 아닐 수도 있다. 한 달 쯤 전에 언론을 장식한 매우 엽기적인 뉴스도 그 같은 것을 대신 이야기 해 준다.

50대 독신녀가 어떠한 연유로 자신이 살던 원룸에서 자살하게 됐다. 주인이 발견한 당시, 그녀는 죽어 있었고 기르던 애완견 두 마리가 며칠 간 먹을 것을 찾아 헤매던 끝에 결국 주인의 시체를 뜯어먹었다는 것이다. 이 사건은 현대 독신 문화의 대표격인 원룸, 애완견이라는 두 가지 코드를 통해 지금 우리 사회의 현실을 되짚어보게 해준다. 단절, 고독, 이웃의 외면은 결국 화려한 싱글이 어느 순간 고독사예비군이 되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고독사(孤獨死)예비군. 이것은 최근 일본에서 유행하고 있는 단어다. 혼자 고독하게 살며 죽음을 앞둔 사람들이란 의미가 있는 이 말은 현대 일본의 경제와 사회 상황을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말이다. 일본 20년 불황이 낳은 결과로 급속히 등장한 '생애 미혼자(평생에 걸쳐 결혼하지 않고 혼자 사는 싱글족)'들이 장차 '고독사예비군'으로 연결될 사람들이라 일컬어지는데, 일본 국립 사회보장·인구문제연구소의 자료에 의하면 이들 '생애 미혼자'는 남성 10명 중 2명, 여성 10명 중 1명에 이른다고 한다.

이 같은 결혼 거부 문제는 한국 젊은 층에서도 팽배하고 있다. 특히 여성들은 예전보다 사회진출이 쉬워졌고, 높아진 학력으로 경제적 자립, 여성의 권리를 사회적으로 어느 정도 보장받으면서 배우자를 까다롭게 고르기 시작한 것도 결혼을 '선택'의 항목으로 보는 원인이 아닐까 한다. 더욱이 결혼하더라도 부계혈통 중심의 불평등한 가족제도 안에서 아내로서, 며느리로서, 엄마의 역할을 강요받아야 하는 사회 분위기는 결혼에 대해 더더욱 망설일 수밖에 없게 한다.

더 적극적으로 보자면 날로 치솟는 주택 가격, 양육을 포함한 교육비 상승 등이 결혼 결심에서 적극적으로 멀어지게 하는 요인이 되기도 할 것이다. 이에 경제 및 사회 문화적 이유로 결혼하지 못한 채 싱글로 남거나, 결혼은 하되 자녀를 포기하는 딩크족 등의 형태로 결혼과 관련한 신문화가 속속 등장하는 중이며 그 가운데 고독사예비군 역시도 간과할 수 없는 문제라 할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죽는다. 죽을 때 곁에 아무도 없이 쓸쓸히 마지막을 맞게 된다면 그보다 슬픈 일은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무조건적으로 결혼을 장려하기에는 지금의 우리 사회의 경제구조가 싱글의 양산을 적극적으로 부채질하고 있다. 더욱이 고령화 사회로 들어선 지금에는 고령의 부부 중 어느 한 쪽이 사망한 후에 남겨지게 될 고독사예비군에 대해서도 고심하지 않을 수 없다. 길가 공원에 홀로 앉은 노인과 젊은이, 두 세대 모두의 잔등이 유달리 쓸쓸해 보이는 오후다.
#독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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