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혀진 맹꽁이지난 3월 1일 노들섬. 맹꽁이 서식을 알리는 안내문이 코팅이 벗겨진 채 후미진 곳에 방치돼 있다.
이철재
노들섬을 처음 찾은 것은 2005년 7월. 장마가 끝나지 않았을 때였다. 당시 노들섬 서측은 약 2만여 ㎡(6천여 평)가 테니스장으로 사용되고 있었고, 테니스 코트 사이마다 배수로가 설치돼 있었다. 배수로 중간마다 물이 고여 있었고, 그 속에서 수십 마리의 올챙이들이 보였다. 노들섬 맹꽁이와의 첫 대면이었다.
그 해 8월까지 전문가들과 현장 조사를 수차례 벌이고 노들섬에 멸종 위기종 맹꽁이가 살고 있다는 소식을 알렸다. 오페라 하우스를 추진하는 서울시를 찾아가 담당 팀장에게도 이와 같은 사실을 알리고 멸종위기종 보호를 위한 방안을 함께 마련할 것을 제안했다. "맹꽁이 보호를 위한 바람직한 거버넌스를 구축해 보자"라는 제안에 서울시 담당 팀장도 "좋다"며 흔쾌히 답변했다.
하지만 서울시가 다른 마음을 먹고 있다는 것은 오래되지 않아 드러났다. 내가 지하철로 한강철교를 건너던 중 노들섬 서측에 못 보던 구조물이 올라가고 있는 것이 보였다. 급히 함께 노들섬 맹꽁이 보호 활동을 벌였던 이들에게 사실을 확인케 했다.
현장을 가장 먼저 확인한 당시 서울환경연합 이현정 팀장은 울먹이며 "서울시가 맹꽁이를 다 죽이고 있다"고 말했다. 확인해 보니 서울시가 추석 연휴 대중가수 공연을 위해 테니스장 부지를 완전히 밀어 버리고, 멸종 위기종이 집중적으로 살고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곳에 땅을 파고 무대를 만들었다. 이에 대해 항의하자 서울시 관계자는 자신들이 확인해 보니 "맹꽁이가 없었다"는 입장만 되풀이 했다.
맹꽁이 서식처 훼손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2006년 2월, 서울시는 대보름맞이 행사를 노들섬에서 치렀다. 이를 위해 불도저로 땅을 밀었고, 맹꽁이 산란지로 그나마 남았던 배수로를 흙으로 메웠다. 예년 같으면 한강 둔치에서 치를 행사를 오페라 하우스 추진을 위해 의도적으로 노들섬에서 개최한 것이다. 서식지와 산란처가 훼손된 결과 2006년 맹꽁이 올챙이는 눈에 띄게 격감했다.
멸종 위기종은 다른 곳으로 보내면 그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