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쓸한 서산 들녘 풍경
이승철
전남 담양의 대나무밭 죽녹원은 참으로 아름답고 인상적인 모습이었다. 죽녹원을 둘러본 후 근처 펜션에서 하룻밤을 묵고 아침 일찍 길을 나섰다. 다음 목적지는 충남 서산, 날씨는 여전히 매섭도록 싸늘했다. 서산의 대산읍을 지나 운산리 쪽으로 가는 길, 길가의 풍경이 담양의 들녘 풍경과는 다가오는 느낌이 왠지 다르다.
"
저 아래 호수 보이지? 저건 바다가 아니라 대호방조제 안쪽의 호수야"
운산리에서 친구부부를 만나 들길을 걸으며 친구가 하는 말이다.
"담양이나 서산이나 똑 같은 들녘인데 왜 느낌이 다르지?"담양여행을 함께한 일행이 묻는다. 그도 나와 같은 느낌이었던가 보았다. 서산 친구는 무슨 말인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이다.
"
바로 저거야. 저 갈대들 때문이야. 이 황량한 느낌""그렇구먼, 담양의 논들은 가지런하게 정리되어 보리파종이 되어있었는데, 이곳 논들은 그냥 방치된 채 논두렁과 개울이 온통 갈대와 억새로 뒤덮여 있잖아?"
일행 두 사람이 금방 알아차리고 하는 말이다. 정말 그랬다. 담양의 들녘은 겨울이었지만 왠지 그냥 텅 빈 느낌이 아니었다. 2모작으로 파종한 보리가 파릇파릇 자라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서산의 들녘은 가을걷이 후 그냥 방치된 채 갈대와 억새꽃이 바람에 휩쓸리는 마냥 쓸쓸한 풍경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