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초등학교 입학식 모습.
연합뉴스
흔히 패배자들은 먼저 자신을 탓하게 된다. "내가 모자라서…." , "내가 못 나서…." 내면으로 움츠러들고, 자기를 파괴한다. 그러나 사회 구조적으로 많은 패배자를 양산할 수밖에 없거나 억울한 패배라는 생각이 들 때는 달라진다. 자신에게 돌렸던 파괴의 칼날을 언젠가 외부로 돌리게 된다. 익명의 다수에게, 또는 억울하게 만든 특정인에게. 현재 우리 사회는 구조적으로 수많은 패배자를 양산하고 있다.
절반의 사람들이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비정규직으로 하루하루 살아간다. 다수 아이는 실패자라는 차가운 시선을 받으며 산다. 게다가 억울하기까지 하다. 권력자들이 부당하게 많은 것들을 취함으로써, 정당한 대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억울함. 부잣집 아이들에게 대학입시가 유리하다는 억울함. 높은 자살률은 취직 못해서, 먹고 살 길이 없어서, 공부 못해서 그저 알아서 죽어주는 것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다. 반드시 자살은 외부적인 파괴, 폭력을 불러오게 될 것이다.
이 글은 두 초등학교가 처한 불평등함을 고발하는 것이다. 두 학교 학생 모두 살인적인 교육경쟁에 내몰리고 있지만, 학생들은 각기 다른 출발선에 서 있다. 두 학교 학생들은 앞으로 각자 행복하게 잘 살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초등학교 때부터 이미 너무 다른 출발선에 서 있는 아이들에게 '교육경쟁은 공정하다'는 거짓을 더이상 용납하지 않는 것이다.
교육 수준 다른 두 학교, 아이들도 다른 꿈을 꾼다지난해 10월 대구의 두 초등학교 6학년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다. 사건만 터졌다 하면 '또 대구인가' 하는 자괴감이 드는 도시, 대구. 가스폭발 사건, 지하철 참사, 연이은 학생자살사건, 학생폭력사건…. 이 문제의 도시에 나는 산다. 내가 사는 대구에 있는 두 초등학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 했다.
두 학교는 대구의 빈부격차를 고스란히 보여주는 학교이다. A학교는 대구의 부자동네, 수성구에 있다. B학교는 대구 중에서도 변두리에 있다. 대구의 7개 자치구 중에서 1개 구인 수성구는 대구 고위직 공무원 50% 이상, 대학원 졸업자의 50% 이상이 몰려 사는 지역이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처럼 이름난 학원가도 조성되어 있다. 좀 먹고 산다는 사람에게 물어보면, 열에 아홉은 수성구에 산다고 대답한다. B학교는 주변에 임대아파트가 있는 가난한 동네에 있다. 복지대상자 아이들이 많아서 복지 우선 투자 대상학교이다.
A초등학교(2011. 10월 현재 전교생 484명)는 대구에서도 전입이 많기로 유명한 학교다. 2010학년도에 전출학생이 48명인데, 전입학생은 406명이었다. 전입학생이 전출학생의 무려 8배가 넘는다. 반면 B초등학교(2011.10월 현재 전교생 110명)의 전출학생은 64명, 전입학생은 40명이다. 아이들이 떠나는 학교이다.
A학교 학생의 아버지들은 대학졸업자가 58.3%, 대학원졸업자가 27.7%, 그래서 대학졸업 이상자가 86%이다. B학교 학생 아버지들은 고등학교 졸업자가 52.7%, 대학졸업자가 28.2%, 대학원졸업자가 4.5%이다. 대학졸업 이상자가 약 33%이다. 그리고 A학교 학생 아버지 직업 중 고위직 공무원이 12.4%, 의사 등 전문직이 22.5%, 기술직 10.1%, 사무직이 32.0%이다. B학교 아버지 직업 중 고위직 공무원과 전문직은 각각 1.8%이고, 기술직이 18.2%, 사무직이 25.5%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