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드라마 <해를 품은 달>의 허연우(한가인 분)와 이훤 임금(김수현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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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이 되면 예쁜 여자들을 사귀기 쉬웠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다. 옛날 왕들이 이런 말을 들으면 "천만에!"라며 손사래를 칠 것이다. 예외가 있기는 하지만, 원칙상 불가능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MBC 드라마 <해를 품은 달>의 이훤 임금(김수현 분)은 죽은 세자빈을 닮은 연우(한가인 분)를 무척이나 가까이하고 싶어 한다. 하지만, 이훤의 소망은 수많은 장애물에 의해 차단되어 있다. 그의 소망은 자신의 왕권을 위협할 뿐만 아니라 자칫 연우의 생명까지도 위태롭게 할 수 있다.
이훤의 소망이 이루어지기 힘든 것은, 연우가 무녀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연우가 무녀가 아닌 궁녀라 해도, 이 소망은 이루어지기 힘들다. 대왕대비와 중전과 외척세력이 묵과할 리 없기 때문이다.
이훤의 처지는 옛날 왕들의 사정을 잘 반영하고 있다. 그들 역시 모험을 각오하지 않고는, 관심 있는 여성을 가까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왕이 되면 예쁜 여자들을 사귀기 쉬웠을 것'이란 관념보다는 '대학생이 되면 멋진 이성을 사귀기 쉬울 것'이란 관념이 차라리 현실적일 것이다.
왕의 '베드신'은 오직 후계자 생산을 위해 '왕은 본인이 원하면 예쁜 여성을 첩으로 삼을 수 있지 않았는가?' 하고 생각할 수도 있다. 조선시대 27명의 왕이 평균 3.7명의 후궁을 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것은 즐거움을 누리기 위해서가 아니라 어디까지나 후계자를 생산하기 위해서였다.
약간 예외가 있기는 하지만, 첩의 선택은 원칙적으로 왕실 여성들에 의해 이루어졌다. 임금 본인이 여자를 고른다는 것은 원칙상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또 대비나 중전 같은 왕실 여성들이 후궁을 선정했기 때문에, 남자 눈에 예쁜 여성이 후궁에 뽑힐 가능성은 거의 없었다. 후궁의 일차적 선정 기준은 '아이를 많이 낳을 수 있는가'였다.
왕의 '베드신'도 철저한 사전 기획 속에 공개적으로 진행됐다. 여덟 명의 궁녀가 사방을 둘러싼 가운데 치러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왕이 육체적 쾌락을 탐닉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했다. 베드신을 찍는 배우가 쾌감에 빠져서는 안 되는 것과 마찬가지다. 왕은 중전이나 후궁들과의 관계 속에서 남자의 행복을 느끼기가 힘들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궁녀들과의 관계 속에서 그런 만족을 충족할 수도 있지 않았을까? 그것 역시 불가능했다. 왕이 예쁜 궁녀에게 한눈을 팔지 못하도록 왕실과 궁중과 조정이 집중 단속했기 때문이다.
승정원(비서실)의 업무일지인 <승정원일기>에 나타나듯이, 왕의 동선은 철저하게 파악되었다. 그러다 보니, 왕이 궁녀와 둘만의 시간을 갖는 것은 여간해선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연예계 톱스타가 기자들을 따돌리고 인천공항을 빠져나가기 힘든 것을 연상하면 될 것이다.
여차하면 신하들의 '막가는' 발언들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