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중 로맨스를 표방하는 <해를 품은 달>은 로맨스뿐만 아니라 정치사극으로의 면모도 유감없이 발휘해 극에 긴장감을 더한다.
MBC
월 : "소인은 조금 다르게 생각하옵니다. <해품달>이 인기가 있는 이유는 균형이 맞기 때문이 아닌지요."
훤 : "균형이라?"
월 : "그러하옵니다. 궁중 로맨스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분명 등장인물들 간의 사랑이옵니다. 허나 사랑 하나만 갖고 떠들기엔 1시간이란 시간은 너무 길지요. 그런데 <해품달>은 사랑뿐만 아니라 임금과 신하 간의 권력투쟁 또한 흥미롭게 펼쳐내고 있습니다. 단순히 주연배우들의 사랑에 장애물이 되는, 양념에 그치는 권력투쟁이 아니라, 좀 더 본질적인 싸움을 말입니다. 오히려 어떤 면에서 볼 때 소인과 전하의 사랑 또한 이 권력투쟁에서 파생됐다고 볼 수 있지요. 계속해도 되오리까?"
훤 : "계속하라."
월 : "대대로 왕권이 약하고 신권이 강한 조선이 아니옵니까? 게다가 선대왕이신 성조대왕은 역신들의 반란을 외척세력에 의해 몇 번이나 막아내고 겨우 왕권을 지키셨던 분. 그 외척이 공신이 되어 국정을 농단하고 있으니 이는 전형적인 조선의 정치사가 아니옵니까. 비록 가상의 역사라곤 하나 실제 역사와 매우 흡사하고, 백성을 이롭게 하기 위해 왕권을 강화하려는 왕의 고뇌와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해 신권을 강화하려는 신료들의 싸움이 흥미진진하게 그려지니, 극의 균형이 맞고, 재미가 더해지는 것 아니겠사옵니까?"
훤 : "음, 네 말이 참으로 일리가 있다. 드라마의 저간에 깔린 그러한 것을 읽어낼 수 있다니, 과연 성수청 국무 장씨의 신딸답게 신력이 대단하구나."
월 : "후훗, 이것을 신력이 아니라 논리이옵니다, 전하. 어려서부터 사서오경을 읽은 소인에게 이 정도의 사고쯤이야 별 것 아니옵니다."
훤 : "자, 이제 슬슬 촬영장에 복귀해야 할 시간이오. 이 따뜻한 곳에서 나가 다시 추운 촬영장으로 복귀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니 참으로 끔찍하오만, 뭐 벌어먹고 살려면 어쩔 수 있소? 마지막으로, 하고 싶었는데 못한 말이 있다면 다 털어놓으시오. 운아, 너는 무슨 할 말이 없느냐?"
운 : "……"
훤 : "물은 내가 바보다."
양명군 : "전하, 소신은 이제 어찌되는 것입니까? 아무리 머리를 굴려 봐도 제가 월과 잘 될 가능성은 1할 미만. 그렇다면 저는 누구와 맺어지게 됩니까? 통상 로맨스 드라마의 사각관계에서는, 남녀 주인공이 이루어지면 나머지 남은 두 사람이 잘 될 가능성을 보이며 극이 마무리되는 것이 일반적인데, 전하와 월을 제외하면 남는 것은 중전마마와 소신 아니옵니까? 설마하니 전하께서 중전마마를 폐비 삼으시고 제가 궐에서 쫓겨난 중전마마와 야반도주를 하는 설정은 아니겠지요? 아니면 제가 교태전에 들어 중전마마를 보쌈해 궐 담을 넘는다던가, 뭐 그렇게까지 막장으로 가는 것은 아니겠지요?"
훤 : "뭘 그리 어렵게 생각하십니까, 형님? 가까운 곳에 형님을 좋아하는 아이가 있잖아요. 어린 시절 형님이 구해준 성수청의 그 아이."
양명군 : "설마, 잔실이를 말씀하시는 것이옵니까?"
훤 : "왜, 싫으신 겁니까?"
양명군 : "아하하, 이거 내 정신 좀 보게. 여행을 떠나려고 짐을 다 꾸려놨는데 이리 지체를 하다니. 전하, 다시 뵐 때까지 강녕하시옵소서. 신은 이만."
훤 : "이제 형님은 정리가 됐고…. 다른 분들 또 없으시오? 없다면 이만 마치겠…."
보경 : "전하."
훤 : "왜 그러시오, 중전? 할 말이 남았소?"
보경 : "관상감에서 잡은 합방일이 내일이옵니다. 행여 잊진 않으셨겠지요?"
훤 : "……"
보경 : "왜 말씀이 없으신 겁니까?"
훤 : "으윽."
보경 : "전하?"
훤 : "가, 가슴이…."
보경 : "전하! 전하! 정신 차리시옵소서, 전하!"
좌중 일동 : "전하! 전하!"
대왕대비 : "밖에 아무도 없느냐? 당장 어의를 불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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