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경찰은 아무 법적 근거없이 구럼비 바위를 구경하고 있던 한 관광객을 집시법 위반이라며 연행 체포해가고 있다.
이우기
이렇듯 제주해군기지가 갈수록 설득력과 명분을 잃어가고 있음에도 경찰은 공정한 법 집행 대신 편파적으로 공권력을 남용해 물의를 빚고 있다.
'4차 강정마을 평화축제'가 열린 18일, 경찰은 가톨릭 사제를 비롯해 주민과 평화활동가 14명을 구럼비 바위에서 무더기 체포·연행했다. 경찰이 현장에서 고지한 연행 사유는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그러나 경찰은 연행해간 당일 저녁 이들 모두 풀어줬다. 기도를 준비하고 있던 문규현 신부와 사제들, 구럼비 바위를 구경하던 관광객, 구럼비 바위에서 노래하던 이 등을 집시법 위반으로 연행한 것 자체가 애당초 무리였기 때문이다.
경찰은 구럼비 바위가 법적으로 출입금지 구역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불과 일 주일 전까지 이곳에 들어가는 모든 이들을 업무방해 등의 이유로 불법 체포·연행하는 코미디를 반복했다.
이곳에서의 체포와 연행이 불법이란 점은 구럼비 바위에 들어간 한 변호사를 경찰이 체포하지 않으면서 드러났다. 구럼비 바위 일대는 공유수면으로 관리권은 제주도에 있다. 즉 제주도지사가 이곳을 출입금지 구역으로 지정·고시하지 않으면 출입을 막을 수도, 이를 제재할 근거도 없는 것이다.
스스로 법을 어긴 꼴이 드러나자 경찰은 구럼비 바위에 접근하면 '무단출입'이라며 2만원 짜리 스티커를 남발하고 있다. 이 또한 법적 근거가 없다는 것이 법률가들의 해석이다. 출입금지 구역이 아닌데 어떻게 '무단출입'이 성립하냐는 것이다.
강정마을회가 현재까지 자체 확인한 경찰의 자의적 법 해석에 따른 불법체포 연행 사례는 모두 6차례, 36명이나 된다. 경찰이 형사소송법상 현행범 체포 요건을 명백하게 어긴 횟수가 이처럼 많다는 것이다. 강정마을회는 "불법체포를 한 경찰, 공사 관계자 및 불법체포를 지시한 경찰에게는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강정마을 주민들이 이처럼 분노하는 데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지난 13일 구럼비에서 기도를 마치고 나오던 사제와 목사, 신도 약 20명을 삼성과 대림 용역업체 직원들이 두 시간 동안이나 감금하고 위력을 행사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성직자들이 주변에 있던 경찰에게 신변보호를 요청했지만 경찰은 이를 외면했다.
마을주민 대신 삼성·대림직원 보호... 경찰 뭐하나심지어 용역들이 한 여성신도를 성추행하는 사건이 벌어져 체포를 요구했지만 경찰은 되레 병력으로 바리케이드를 치고 이들의 도주를 돕기도 했다. 이 같은 장면은 한 활동가의 영상에 고스란히 기록되었다.
또 경찰은 문규현 신부 등을 불법연행한 18일 구럼비 바위에 주민들이 설치했던 무대를 불법 해체하는 삼성·대림 직원들을 바리케이드로 둘러싸고 '보호'했다. 남이 설치한 시설물을 해체하려면 계고장을 보낸 후 행정대집행영장을 발부받아서 집행해야 한다.
그러나 법이 정한 이 같은 절차는 전혀 없었다. 법을 지켜야 할 경찰이, 불법공사를 '보호'하는 어처구니없는 짓을 버젓이 자행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이를 항의하는 주민 및 활동가들에게 욕짓거리를 하며 비아냥거리거나 심지어 주먹으로 가격하는 등 무자비한 폭력을 자행하는 경찰의 모습이 동영상으로 생생하게 잡혀 있다.
지난 해 5월부터 강정마을은 영화 <도가니>나 <부러진 화살>을 능가하는 사법권력의 횡포로 시름을 앓고 있다. 주민들은 경찰 폭력을 참다못해 청문감사를 청구하기도 했고 민간인을 폭행한 경찰 간부를 고발하기도 했다. 그러나 경찰은 자체 감찰은커녕 민간인을 폭행한 혐의로 고발당한 경찰 간부에 대한 수사를 진척시키지 않고 있다. 제주 강정마을에서 경찰은 '공권력'으로서의 정당성을 스스로 실추시키고 있다.
'제주해군기지 경찰력 남용' 관련 반론 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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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는 지난 2월 20일자 강정마을 섹션 <설자리 잃은 '제주해군기지', 경찰력 도 넘었다> 제하로, "경찰은 제주해군기지 관련 주민들에 대한 불법 체포와 연행을 일삼고 있다"는 내용을 보도한 바 있습니다.
이에 대해 서귀포 경찰서는 "지난 2월 18일 연행자 14명은 미신고 집회를 개최했고, 이에 대한 해산명령에 불응했기 때문에 정당한 법 절차에 따라 집시법 위반으로 현행범 체포한 것이다"라고 알려왔습니다. 이 보도문은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에 따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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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18일 경찰 불법 연행 영상 http://youtu.be/FaDc2ZmXxSw
13일 경찰 용역폭력 비호 영상 http://youtu.be/VdJe3ZaLZj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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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자리 잃은 '제주해군기지', 경찰력 남용 도 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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