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부러진 화살>의 실제 인물인 김명호 전 성균관대 교수(왼쪽)와 박훈 변호사(오른쪽)
윤성효
영화 흥행을 예감했을까. 박 변호사는 "영화를 처음 제작한다고 했을 때, 관객 300만 정도면 충분하다고 봤다"고 하자, 김 전 교수는 "처음에는 100만 정도만 봤다, 갈수록 되는 거 보니까 욕심이 생긴다, 실제는 1000만 명 이상의 파급효과다, 여기서 만족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변호사는 "영화를 통해 사법부가 바뀔 수 있는 하나의 계기를 마련하고 싶었다, 그런데 아직이다"라고 말했다. 그러자 김 전 교수는 "사법부는 바뀌지 않는다, 사법부는 개혁 대상이 아니라 타도 대상이다, 일부가 아니라 전체"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법정 분위기에 대한 언급도 있었다. 김 전 교수는 "판사, 검사, 공무원한테 굽신거리는 노예근성을 버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변호사는 "피고인도 권리가 있다, 재판을 받는 사람도 권리를 적극 활용해야 하고 재판 풍경도 바뀌어야 한다"며 "법정에서 판사와 변호사가 묻는 말에 예, 아니오 답변만 할 게 아니라, 재판받는 사람도 검사와 판사에 대해서도 따져 묻고 하는 풍경이 벌어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 전 교수는 교도소에 있으면서 수용자한테 들었던 갖가지 사례를 열거했다. 그는 "피고인들이 따지고 들면, 판사들은 반성의 빛이 없다고 해 형량을 높이니까 주눅든다"고 말했다. 박 변호사는 "만약에 피고인이 무죄를 주장하면 형을 더 무겁게 때리기도 한다"고 거들었다.
"둘 다 비겁하다. 교도소 안에 보면, 사기 치고 들어와서 반성문 적는다. 매일 같이 반성문 써서 보낸다. 그런 반성문 형태가 교도소 안에서는 족보처럼 돌아다닌다. 반성문을 베끼는 것이다. 반성문을 저한테 써달라는 사람도 있었지만 거절했다. 피고인들은 판사를 욕하면서도 법정에 가서는 반성문을 읽고 눈물을 보인다. 그런 반성문을 갖고 판사는 반성의 빛이 보인다며 감형 사유로 삼는다. 기가 막힌다."박 변호사는 "변론을 하다 보면 치고 가야 하나, 좀 반성한다고 해야 하나 갈등에 빠질 때가 있다"며 "만약에 치고 나가게 되면 전면 대결이 되는데, 그렇게 되면 형을 높게 받을 수도 있어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영화 개봉 뒤 전화를 많이 받는다, 특히 사법 피해자들이 전국에서 전화를 걸어온다"면서 "오늘도 사람이 무작정 찾아왔다, 10년, 20년 전 사건을 들고 오는데, 난감하다"고 말했다.
교도소 생활 이야기도 나왔다. 김 전 교수는 "법정에서는 욕을 못하지만 글로서는 많이 했다, 바깥사람한테 편지를 보낼 때 판사 욕을 써 놓았는데, 교도소에서 편지를 뜯어보고 해서 뜯어보지 말라고 한 것은 사실이다"고 말했다. 이에 박 변호사는 "저한테도 편지를 보낼 때 만약에 편지가 뜯겨진 흔적이 있으면 연락해 달라고 했다"고 말했다. 김 전 교수는 "판사 욕하는 걸 글로 써 놓으니까 그것을 읽으며 속이 얼마나 상할까 생각하면 웃음이 나왔다"고 말했다.
김 전 교수는 지난 10일 석궁사건 항소심 판사 역할을 맡았던 배우 문성근씨도 만났다고 했다. 문성근씨는 민주통합당 최고위원으로, 이번 총선에서 부산 '북강서을'에 출마한다. 그가 문성근 예비후보한테 했던 요구사항을 들려주었다.
"재판권의 주인을 회수하는 것을 구체적으로 해달라고 했다. 국민이 재판을 해야 한다. 재정신청을 포함한 모든 형사사건은 '국민참여재판'을 해야 한다. 국민참여재판을 의무화하고, 판사는 거기에 무조건 복종하도록 해야 한다. '국민의형사재판참여에관한법률'을 개정해야 하는데, 그것을 민주통합당 당론으로 해달라고 했다. 문성근씨는 해보겠다고 했는데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유연하고 현명하게 대처하지 못한 것 있지만... 후회는 없다"김 전 교수에게 "1995년 1월 성균관대 수학입시 문제의 오류 지적 이후 지금까지 일어난 일에 대해 후회하지 않느냐"거나 "순간마다 다른 판단을 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은 없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김 전 교수는 "후회는 없다"고 바로 대답했다.
"조금 더 유연하고 현명하게 대처하지 못한 것은 있다. 그러나 석궁사건을 일으킨 것에 대해서는 후회가 없다. 같은 상황이 온다면 조금 더 제대로 했을지 모르겠다. 무엇인가는 했어야 하는 상황이었으니까 말이다."앞으로 계획을 물었더니, 김 전 교수는 "내 생활로 돌아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제 자신을 찾는 것이다, 제가 무엇을 원하고 좋아하는지를 찾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교수 복직이냐"고 물었더니 그는 "그런 것은 아니다"고 대답했다. 김 전 교수가 "수학에 재능이 없다"고 하자, 박 변호사는 "수학이라면 세계 최고 수준으로 하는 것 정도 아닐까, 나름대로 독창적인 것을 할 정도가 아니라는 말로 들린다"고 말했다.
김 전 교수와 박 변호사는 오는 24일 서울 대학로에서 열리는 '영화 <부러진 화살> 자축연'에 참석한다. 정지용 감독과 배우 안성기씨 등도 참석할 예정인데, 김 전 교수는 "많은 친구들이 감독과 배우를 보고 싶어 해서 오라고 했다"고 말했다.
김 전 교수와 박 변호사는 이야기를 마치고 오랫만에 회포를 풀기 위해 인근 식당으로 향했다. 그들의 뒷모습을 보면서 앞으로 이들이 펼칠 세상이 궁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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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러진 화살> 영화는 맥락상 100% 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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