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통합당 이종걸, 정범구 의원과 통합진보당 김선동 의원이 8일 한미FTA발효중단 촉구 서한을 전달하기 위해 미 대사관으로 가고 있다.
이동철
야권의 대표들이 한미FTA 폐기 의지를 담은 서한을 미국 대통령과 상하 양원 의장에게 발송한 것을 놓고 말들이 거칠어지기 시작한다. 박근혜 새누리당 비대위원장이 한명숙 민주통합당 대표를 겨냥해 무슨 '역심판론' 같은 것을 제기한 모양새다.
박 위원장은 "(야당이) 한미FTA가 그토록 필요하다고 강조하고서는 이제 와서 정권이 바뀌면 없던 일로 하겠다는 데 대해서는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한다"면서 "한미FTA의 옳고 그름을 따지기 전에 정치권의 행동이나 말은 책임성과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뒤질세라 이명박 대통령도 거들고 나섰다. 이 대통령은 "상당히 안타깝게 생각하는 게 한미FTA"라며 "세계가 경쟁하고 있고 모두가 다 미국과 FTA를 하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 발효도 하기 전에 폐기한다는 얘기가 공공연히 나온다"고 지적했다.
이어 "민주화 시대에, 과거 독재시대도 아니고 외국 대사관 앞에 찾아가서 문서를 전달하는 것은 국격을 매우 떨어뜨리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예의 저 '국격' 타령이다. 한미FTA에 관한 한 박근혜 비대위원장과 이 대통령 사이에 '찰떡공조'가 확인되는 순간이다.
하지만 국내법도 아닌 국제조약마저도 '날치기' 처리하는 것은 '국격'을 상승시키는 일이란 말인가. 그리고 이에 부화뇌동한 행위에 대한 '책임'은 도대체 누구에게 따져 물어야 할 일인지 도무지 우리로선 알 턱이 없다. 전 세계적으로 국격을 추락시킨 행위에 대해 대다수 국민 또한 끝까지 책임을 묻고 싶은 심정이다.
"대형마트 진입규제, 한미FTA 충돌 없다"... 과연? 그런데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새누리당이 내놓은 이른바 '골목상권 보호대책'이란 걸 보면 한마디로 그 어처구니 없음에 아연실색할 따름이다.
13일 새누리당은 대형마트와 SSM(기업형 슈퍼마켓)의 지방 중소도시 신규 진출을 5년간 금지하는 방안을 담은 유통산업발전법(유통법) 개정안을 추진키로 했다 한다. 이런 내용의 '중·소상공인 보호 대책'을 발표에 따르면, 신규진출이 금지되는 중소도시의 기준은 인구수로 30만 명 이하가 해당되는데, 이 같은 기준에 따르면 전국 82개 도시 가운데 50개와 전체 군(郡)이 대상이 될 전망이다.
새누리당은 또 이미 중소도시에 진입한 대형유통사에 대해서는 최근 도입된 '심야 영업(오전 0~8시) 제한조치' 적용에 이어 지방자치단체 결정에 따라 월 최대 4일까지 강제휴무일을 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