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속으로 사라져 가는 고라니
최오균
백두산사슴, 노루, 대륙사슴 등 다른 사슴과 동물들은 이미 자취를 감췄거나 개체수가 현저히 줄어들었지만 고라니만큼은 여전히 꿋꿋하게 이 땅에 번식을 하고 있다. 이는 천적인 호랑이, 표범, 한국늑대가 멸종되면서 멧돼지, 청설모, 너구리와 더불어 그 수가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학자들은 고라니를 한반도 생태계의 최후 생존자라고 표현을 하기도 하는데 이는 그만큼 강인한 고라니의 유전자를 두고 하는 말이다.
사람의 인기척이 거의 없는 이곳 동이리 임진강변과 금굴산은 고라니들이 아직은 많이 번식을 하고 있다. 해질 무렵 임진강 물가 갈대밭이나 금굴산에서 고라니 울음소리가 들려오기도 한다. 처음에는 "케에엥 케에엥" 마치 가래 뱉는 소리가 매우 기분 나쁜 소리가 들려와 고양이 소리도 아니고 무슨 짐승 소리가 저리도 괴상하게 들리나 하고 의아해 했다.
그런데 알고 보니 그 소리는 고라니 소리였다. 어떨 때는 "웨에엑! 웨에엑!" 비명 소리처럼 들리기도 하여 섬뜩해 질 때도 있다. 어쨌거나 사람이 울부짖으며 통곡하는 소리에 가까워 듣기에 편한 소리는 아니다.
이 땅에 고라니들은 점점 수난을 당하고 있다. 개발 붐을 타고 여기저기 온통 도로가 뚫리다 보니 로드 킬(도로에서 차에 치여 죽는 것) 건수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더구나 고라니가 수렵 가능한 동물로 지정되어 있어 겨울철이면 고라니들은 수렵 마니아들의 먹이 감으로 포획되고 있다.
수난 당하는 고라니들해마다 사냥꾼들이 늘어나고 있는데다가 농민들이 고라니들로 인한 농사 피해를 줄이기 위해 고라니 한 마리당 얼마의 포상금까지 지급하는 곳도 생겨나고 있다고 한다. 고라니들은 이 땅에 설 땅을 잃고 점점 위기를 맞고 있다.
인간과 야생동물이 공존 할 때에 생태계는 평화를 유지할 수 있다. 그러나 개발과 무자비한 살육으로 이 땅에 야생동물들은 점점 그 흔적조차 찾아보기 힘들어져가고 있다. 그만큼 우리의 산야는 오염되어가고 있다는 증거다.
야생동물이 살 수 없는 땅은 그만큼 자연도 건강함을 잃어간다. 또한 야생동물이 살 수 없는 땅은 그만큼 우리 인간들도 살기가 힘들어진다. 이 땅은 인간만이 살아가는 전유물이 아니다. 이 땅을 살아가는 모든 생명체의 공유물이다. 모든 생명체들이 균형을 이루며 공존할 때 토질은 건강해지고 인간도 건강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