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2월 26일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정문 앞에서 정봉주 전 의원 지지자들이 팟캐스트방송 <나는 꼼수다> 멤버들의 캐리커쳐가 그려진 판넬에 격려의 글을 남기고 있다.
유성호
- '비키니 사건'이 논란이 되고 있는데. "저는 이것은 실패한 농담에 대한 이야기라고 생각을 했다. 어떤 정치적 표현('가슴이 터지도록 나와라 정봉주')이 있었고 이 정치적 표현에 대해서 (나꼼수가) 농담으로 받았는데 이 농담이 실패를 한 거다. 이 농담이 실패한 건 명백하다. 농담이라고 하는 건 같이 웃어야 한다. 그런데 웃을 수 없는 사람들이 있었고, 웃을 수 없는 사람들이 '나는 안 웃겨, 너네' 이렇게 이야기 했는데 '너네한테 이야기한 거 아니거든' 이렇게 이야기하는 거다. 농담이 실패했을 때 '아 재미없었나 보다'가 아니라 '너네는 우리 편이 아니다'라고 반응을 했던 게 문제였던 것 같다."
- <나꼼수> 멤버들의 발언이 문제가 없다고 보는 이들은 '농담인데 뭘 그렇게 심각하게 받아들이냐'고 한다. "단지 하나의 농담이 이렇게까지 커질 거라고 생각하지 못한 건, 거기에만 문제의 초점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나꼼수>도 약간 분하거나 억울할 거라고 생각하는 건, 저는 이 실패한 농담의 문제가 이렇게 커지게 됐던 데는 어떤 역사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처음 이 논쟁은 '우리는 진보의 치어리더가 아니다'라는 한 미권스(정봉주 전 의원 팬카페) 회원의 글로 시작됐다. '여성이 정치적 주체로 등장을 했는데 왜 정치적 주체로 너희들은 인정하지 않느냐'가 핵심이었다.
그것을 인정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몇 가지 징후들이 있었다. 예를 들면 김용민이 여성들이 <나꼼수> 이후로 정치적 주체가 됐다느니 이런 이야기를 하면서 그동안 애써왔던 여성들을 화나게 했다. 물론 김용민은 그에 대해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해명했지만 그런 식으로 여성들이 정치적 주체로서 활동해왔던 몇 년 간의 역사를 그들이 전유해 가는 것이 몇 번 반복되었던 역사가 문제였다.
그동안 얼마나 진보진영에서 여성들의 '정치적 주체성'이라고 하는 것을 얼마나 자기 멋대로 이용했나. 어떤 순간 굉장히 대단한 힘으로 생각했다가, 그 힘이라는 것이 자기 목소리를 가지기도 전에 혹은 자기 목소리를 내려고 했던 그 시점에서 누군가가 '너네가 듣고 싶었던 이야기는 이거지?'라며 대표를 자처하면서 어떤 이야기가 지워지기 시작했는가. 그러한 것에 대한 분노가, 이 실패한 농담의 문제에 대한 분노와 연결됐던 것 아닌가."
- <나꼼수>의 발언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제가 쭉 <나꼼수>를 들었는데, 여자들이 주진우가 나꼼수 중에서 가장 덜 마초적이라고 느꼈다(웃음). 왜냐하면 주진우는 자신의 포지션을 남동생으로 규정했다. 그 주변에 있는 김미화, 공지영, 심상정 이런 그룹의 여성들을 '누님'이라고 부르면서 '누님, 열심히 하겠다'고 했다. 그래서 아무리 까불어도 '짜식들, 우쭈쭈'하면서 들어줄 수 있는 마음이 생겼다. 그런데 누님들이 '너네들 힘내라'며 사진을 올렸는데 코피 팡? 이상한 거다. 이 농담은 실패할 수밖에 없었다.
이 여성이 올린 사진이 갖고 있는 폭발력이 있었다. 말 그대로 '뉴클리어 밤(핵폭탄)'이었다. 이 명백하게 폭발력을 가지고 있는 사진을 받았을 때 저는 주진우가 '누님들 왜 이러세요. 너무 부끄럽잖아요'라고 이야기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진의 성적인 의미를 무시하지도 않고, 시위 방식의 발랄함을 인정하는 방식. 그들의 지금까지의 워딩에서는 그렇게 이야기가 됐어야 한다. 정봉주는 '저는 부인도 있는 몸입니다. 이러지 마십시오' 이렇게 이야기 했어야 한다.
그걸 가지고 갑자기 '대박', '코피 조심'이라느니, '생물학적 완성도'가 어쩌네 하면서 이 여성의 정치적 발랄성을 다른 방식으로 수신했기 때문에 이 농담은 실패했다. 이 실패한 농담은 결국 여성들에게 '진보진영에서 우리는 누구였나'라는 반복된 의문까지 불러일으켰다."
"후진 댓글과 '비키니' 여성 분리해줬어야... 동지의식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