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에 '가카의 빅엿'이라는 표현을 써 논란을 일으킨 서울북부지법 서기호 판사가 7일 오후 인사위에 출석하기 위해 서초동 대법원에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이 시대에 가장 판사다운 판사 1명을 잃었다. 그러나 더 가슴 아픈 것은 판사 1명을 잃은 것이 아니라 독립적이고 자율적인 판사의 정신과 기개를 잃었다는 것이고 우리 법원은 이를 지켜주지 않는다는 것이다."(이옥형 서울고법 판사)
"사법부가 사법불신이라는 죽음의 늪에 스스로 빠져 버렸음을 선언한다."(전국공무원노조 법원본부 성명)10일 오후 대법원이 발표한 판사 연임 발령문에 '서기호'라는 이름은 없었다. 대신 서기호 판사에게는 대법원장 명의로 "연임하지 않기로 했다"는 결정문이 도착했다.
서 판사는 이 때를 "헌법상 신분이 보장된 판사에서, 10년 계약직 직원으로 전락한 순간"이라고 표현했다.
서기호 판사의 연임탈락 결정이 알려진 10일 오후 법원 내부의 충격은 컸다. 판사들과 법원공무원들은 분노했고, 일부는 공개적으로 대법원을 성토했다.
서 판사 "10년 계약직 전락...조만간 돌아오겠다" 먼저 당사자인 서 판사는 대법원으로부터 연임불가 통보를 받은 직후인 10일 오후 법원게시판에 '두번의 충격'이라는 글을 올려 현재 심경과 향후 계획을 밝혔다. 그는 일단 임기 만료일인 17일까지 법관생활을 충실히 한 뒤 헌법소원 등 법적 대응을 해 나갈 계획이다.
서 판사는 "오늘 아침, 각종 언론에서 저의 재임용 탈락 소식이 보도된 것을 보고, 매우 큰 충격을 받았다"고 입을 열었다. 그는 "법관인사위원회에서 충분히 소명하였기에 (연임이 되리라고) 어느 정도 자신이 있었기 때문"이라면서 연임 탈락이 예상치 못한 결과였음을 에둘러 표현했다.
그는 "재임용 탈락 공문을 받고서, 또 한차례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공문에 적힌 연임 불가 사유가 "귀하에 대한 10년 동안의 근무성적평정결과 및 법관인사위의 연임적격에 관한 심의결과 등을 종합하여"라는 문구가 전부였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의 판사가, 철저한 비공개 원칙으로 10년 동안 근무평정이 어떻게 매겨지고 있는지조차 모르고 지내다가, 갑작스럽게 단 2주 동안 형식적인 심사절차를 거쳐, 명단도 공개되지 않은 인사위원들로부터 심의를 받고서, 마지막 통지받은 사유도 단 두 줄이었습니다." 그는 "헌법상 신분보장된 판사에서, 10년 계약직 직원으로 전락한 이 순간, 비정규직 노동자의 아픔을 절실하게 공감하게 된다"고 심경을 드러냈다.
그는 "일단은 임기 만료일인 2월 17일까지, 10년간의 법관생활을 잘 마무리하는 데 힘을 쏟겠다"고 한 뒤 "향후 저의 거취와 나아갈 방향 등에 관하여 많은 분들을 만나 의견을 나눈 후 추후에 헌법소원 등 법적 대응방침을 포함한 입장발표를 정식으로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법원 내부구성원들을 향해 "위기를 기회로 삼겠다. 조만간 밝은 모습으로 당당하게 여러분 앞에 서겠다"면서 "오래 걸리지는 않을 것"이라며 판사직 복귀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이 시대 가장 판사다운 판사 1명을 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