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뚜벅이 열이틀째 날
오도엽
점심식사를 마친 뚜벅이들은 다시 붕붕이가 되어 충남 아산 유성기업으로 향했다. 둔포면에 도착하자 상여와 만장이 등장한다. 노동조합을 탄압하는 기업인들의 영정을 앞장세우고 상여소리를 울리며 4.4킬로미터를 뚜벅뚜벅 걸어 유성기업으로 향한다.
유성기업에 도착하니 희망 뚜벅이들이 300명이 넘어섰다. 공장 앞에 차려진 무대에서 노조탄압을 규탄하는 집회를 5시 30분부터 개최한다. 뚜벅이들의 발걸음이 닿는 곳마다 해고가 있고, 노동조합 탄압이 있다. 그래서 절망이고, 그래서 뚜벅뚜벅 걷는 것이고, 그래서 절망을 죽음이 아닌 희망으로 맞이하려고 한다.
오늘부터 새로 뚜벅이 행진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뚜벅이들이 두 줄로 길게 늘어서서 포옹을 하거나 하이파이브를 하며 맞이하기로 했다. 단 한 시간을 걷든 열흘을 함께 걷든 꽃분홍 몸자보를 하는 순간 한 식구가 되고 오랜 친구가 되는 듯하다.
한신대학교를 출발하기 전 잠깐 뚜벅이들의 조별 토론이 있었다.
"민주노총이나 금속노조가 희망 뚜벅이를 받아 안아야 하는 거 아니냐. 희망버스 때도 그렇고 뭔가 될 듯하면 뒤늦게 숟가락만 놓으려다 욕 얻어먹고 하는 것 아니냐. 싸울 때는 싸우지 않고 교섭장에서만 (상급단체가) 앞장선다. 당사자 의견 뒤로 한 채 교섭한 뒤에 '요거(교섭결과) 받을래 안 받을래' 협박하듯 말한다. 이제 (상급단체) 못하는 것 일침을 놓아야 한다."11일 쌍용자동차 3차 포위의 날 행사 진행을 두고 날 선 목소리들이 나왔다. 총선, 대선으로 정권을 바꾸면 노동자들의 고통이 사라질 것처럼 말하는 노동조합 상급단체의 최근 행보에 대해서도 따끔하게 일침을 놓는다.
소통이 막힌 대한민국과 함께 동맥경화가 걸린 듯 피가 돌지 않는 노동조합운동의 정체가 가슴을 아리게 한다.
내일이면 희망 뚜벅이의 발걸음도 멈춘다. 아니 더 널리 전국 방방곡곡에서 새로운 뚜벅이의 행진이 시작될 지도 모른다. 지난 열흘 넘는 행진의 함성이 내일 절망의 공장으로 불리는 평택 쌍용자동차 앞에서 희망으로 터져 나왔으면 한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공유하기
연매출 1조, 노동자는 겨울에 여름옷 입고 덜덜...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