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상장 작품, 수납장
이승철
갈림길에 들어서자 능선 왼편 아래쪽에 특이한 건물이 눈길을 끈다. 인간문화재작품전시관이다. 이 지역 중요무형문화재 53호인 채상장(彩箱匠) 서한규 옹의 작업장 겸 전시장이었다. 채상장은 처음 들어보는 이름이어서 매우 궁금하다. 안으로 들어서자 대나무를 이용하여 섬세하게 만든 각종 공예품들이 화사하게 전시되어 있다.
채상장은 대나무 껍질을 얇게 저며 만드는 공예장인을 일컫는 이름이다. 대나무를 가늘고 얇게 저며 여러 가지 색으로 물들인 다음 다양한 문양이 나오도록 엮어 만드는 것이다. 채상은 옛날에는 궁중과 귀족층의 여성들이 즐겨 사용한 고급 공예품의 하나였다고 한다. 그러나 조선 후기에 접어들면서 양반 사대부뿐만 아니라 일반 서민들까지 혼수용품으로 사용했다.
용도는 주로 옷과 장신구, 바느질 그릇, 귀중품을 담는 용기로 사용되었다. 만드는 방법은 얇게 떠낸 대나무를 물에 불려 필요한 색상으로 곱게 염색하여 사용했다. 대나무 재료를 몇 가닥씩 엇갈아 가며 엮어나가고, 모서리와 테두리는 비단으로 감싸 완성했다. 무늬는 주로 길상문이나 번개, 줄무늬 등을 즐겨 사용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