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나경원법'을 발의한 정옥임 새누리당 의원.
남소연
새누리당이 소위 '나경원법'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 골자는 공직선거법 상의 허위사실공표죄(법 제250조)와 후보자비방죄(법 제251조)의 형량을 높이는 게 아니라 원래 없었던 최저형량을 1년으로 정하는 것이다.
겉으로는 <나는 꼼수다>가 지난 서울시장 선거에서 나경원 후보의 피부숍 가격에 관한 허위사실을 유포하여 선거에 악영향을 주었다는 새누리당 측 시나리오의 재연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한마디로 가증스럽다.
일반인에 대해 허위사실로 명예를 훼손하거나, 진실의 사실로 명예를 훼손하는 경우 최저형량이 없고 최고형량만이 있을 뿐이다(진실 2년, 허위 5년, 비방목적의 출판의 경우 각각 3년, 10년). 그런데 선거후보자에 대해 허위나 진실로 명예를 훼손하면 최소한 1년은 감옥에 가두겠다는 것인데, 그렇게 정치인의 명예는 특별히 더 중요한 것인가? 정치인들은 무슨 귀족이라도 된다는 말인가?
후보자비방죄는 피부숍 논란과 관련도 없어더욱 가증스러운 것은, 나경원 피부숍 사건과 전혀 관련 없는 후보자비방죄까지 최저형량을 정한 것이다. 후보자비방죄는 법원의 해석을 따르면 '공연히 사실을 적시하여, 정당한 이유없이 후보자에 대한 사회적 평가가 침해될 정도로 깎아 내리거나 헐뜯는 것을 의미한다'고 한다(대법원 1997. 4. 25. 선고 96도2910 판결, 대법원 2007. 9. 21. 선고 2007도2824 판결 등 참조). 즉 진실을 말하는 경우에도 그 후보자의 사회적 평가에 불리한 내용을 말하면 범죄행위가 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이명박씨는 이미 알려진 바에 의하면, 자신이 스스로 특정다수인에게 BBK주식회사의 회장이라는 명함을 수교한 바가 있고, 여러 언론 매체를 통해 동 사업을 직접 수행한다고 한 이상, 이제와서 김경준씨에게 모든 책임을 돌리고 자신은 아무 잘못도 책임도 없고 도의적인 책임조차 질 필요가 없다는 식으로 말하는 것"을 비판한 글도 유죄판결을 받았다.(2008노2090)
이런 말을 했다고 해서 최소한 징역 1년을 살아야 하는 나라에서 살고 싶은가. 게다가 진실을 말해도 명예훼손책임을 지우는 현행법에 대한 위헌논란은 뜨겁다. 이미 민주당은 당론으로 소위 '정봉주법'을 채택하여 형법 제307조 제1항의 진실적시명예훼손을 폐기하는 법안을 제출했다. 진실을 말하려 할 때도 그것이 타인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킨다고 하여 침묵을 강요당하는 사회는 정당한 평가 자체를 포기하는 것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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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와중에 선거후보자에게 불리한 진실을 말하는 것에 대해 형량을 강화하는 것을 넘어 최소 1년의 징역형 선고를 의무화한다는 게 가당키나 한 일일까. 정치인은 귀족이라도 된다는 말인가?
후보자비방죄 자체가 문제다
후보자비방죄 자체는 폐지되어야 한다. 진실적시명예훼손이 폐지되어야 하는 이유는 그 본질이 후보자에 대한 유권자의 평가인 선거에서 더욱 강하게 작용한다. 선거는 민주주의의 꽃이다. 선거에서 유권자들이 허위주장에 오도되지 않도록 보호하는 게 중요하여 이미 허위사실공표죄를 만들어 놓았다. 여기에 또다시 진실을 말해도 처벌하는 법을 둔 것은 불필요한 정도가 아니라, 선거에서 진실을 추방하겠다는 것이고 결국 유권자에 의한 후보자의 평가를 포기하겠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