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우인사 이시하라 도쿄 도지사가 제작을 맡은 영화 <나는 당신을 위해 죽으러 갑니다>는 가미카제 특공대를 미화하고 있다.
도에이
특공대원은 죽음을 전제하는 특공 임무를 떠맡은 시점부터 이미 이 세계에는 없는 존재가 된다. 한번 출격하면 설사 적을 발견하지 못했어도 살아서 돌아오는 건 허용되지 않았다. 일례로 와세대대학 졸업생 특공대원 하나는 몇 번이나 적함을 발견하지 못하고 귀환했는데 9번째 돌아왔을 때는 사살되었다.
많은 대원들은 적함을 발견했어도 돌입하지 못하고 가까운 수면에 착륙하려고 시도했다. 나아가 일부러 기지 사령부 건물에 간신히 부딪히지 않을 정도로 저공비행한 다음 날아가는 대원도 있었다고 한다.
특공작전의 장비는 비행기와 어뢰로 이루어져 있었는데 그 어디에도 탑승원을 위한 구명장치는 구비되어 있지 않았다. 제로센(零戰)이라 불리는 단발엔진 탑재 함상전투기는 고도 2만 피트(약 6100미터)를 최고시속 372마일(약 600킬로미터)로 비행하는 성능을 가지고 있고 250킬로그램의 폭탄을 적재할 수 있었다.
폭탄의 무게와 가속도의 관계로 일단 급강하하기 시작한 비행기를 제어하는 것은 극히 어렵고 더구나 기체를 일으켜 세우는 것은 불가능했다.
가미카제 특공대는 비행기에만 국한하지 않았다. 일본군은 어뢰로도 공격했다. 잠수 어뢰 '가이텐(回天)'은 종류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제1형은 길이 14.75미터, 직경 1미터였다. 엄밀하게 말하면 어뢰는 아니었지만 탑승원이 몸체로 적의 함대에 부딪혀 공격을 가하는 것으로, 비장한 이미지를 담아 '인간어뢰'라고 불렀다.
모두 세 종류가 만들어졌는데 이 가운데 두 종류는 2인승이었다. 이 인간어뢰는 총 400기가 제조되었다. 탑승원은 무게 9톤의 어뢰 중앙에 쪼그려 앉아 1550킬로그램의 탄두를 가지고 30노트로 잠행했다. 어뢰는 모함에 장착되어 있고 미군의 군함 근처에서 수중으로 투하되었다. 당초의 어뢰에는 탑승원을 위한 탈출 장치가 설치되어 있었지만, 나중에 제조된 것에는 이러한 장치가 없어졌다.
특공작전은 초기에 미국인을 공포에 빠뜨렸지만 군사작전으로서의 효과는 미미했다. 작전 초기에는 반짝 효과를 보는 듯했으나 전투가 거듭되면서 조종사의 기량이나 병기의 성능은 현저히 떨어지고 적의 방어 기술은 향상되었다. 적진에 위협을 가해 명중하는 비율은 11.6%, 바다에 추락하는 비율은 5.7% 수준이었다.
얼마 안 있어 일본은 더 이상 제대로 기능하는 비행기나 어뢰를 생산할 수 없게 되었다. 지상에서 이륙조차 할 수 없는 비행기나 이륙한다고 해도 기계 고장으로 어쩔 수 없이 되돌아오는 비행기가 적지 않았다. 잠수 어뢰도 자주 고장을 일으켜 탑승원들은 목표로 하는 군함에 격돌할 수 없었거나 어뢰에 갇힌 채 해저에 침몰해 질식사하기도 했다.
"뭐가 애국이고 뭐가 조국이란 말인가"... "죽고 싶지 않다, 외롭다"<사쿠라가 지다 젊음도 지다> <죽으라면 죽으리라> 등의 책을 통해 가미카제 특공대의 진실을 생생하게 파헤친 오누키 에미코의 책 <죽으라면 죽으리라>에는 다음과 같은 학도병과 특공대원의 수기가 생생하게 실려 있다.
뭐가 애국이고 뭐가 조국이란 말인가? 뜬구름 잡는 추상적인 개념들 때문에 수백만의 생명을 해치고, 수천만, 수억의 인간으로부터 자유를 빼앗는 일을 받아들이라는 것인가?- 사사키 하치로, 도쿄제국대학 재학 중 징집, 향년 22살 전사지금은 새벽이다. 밤 3시다. 오전 3시다. 아아! 죽고 싶지 않다. 외롭다. 왜 이리 외로운 걸까.- 하야시 타다오, 교토제국대학 재학 중 징집, 향년 24살 전사짧은 생명이지만 추억의 순간은 많다. 많은 것을 누려온 나로서는 이 세상과 이별하는 것이 견디기 힘들다. 하지만 되돌아볼 것 없이 나는 적진에 돌격해야 한다.- 하야시 이치조, 교토제국대학 재학 중 징집, 향년 23살 전사이들이 비행기나 잠수함에 몸을 실어 자살 공격을 하기 위해 태어난 것은 분명 아닐 것이다. 도대체 이들의 모습 어디에서 '천황폐하 만세'를 외치며 기쁜 마음으로 적진을 향해 돌진하는 가미카제 특공대의 모습을 찾을 수 있는가? 전쟁보다 더 인간을 집단적으로 악마에 가깝게 만드는 일은 없다. 그런데 이들의 애처로운 죽음조차 자신의 이익을 위해 사용하는 무리들이 여전히 남아 있다.
가미카제 특공대는 이들의 이익을 위해 미디어를 통해 미화되고 왜곡된다. 2001년 2월 9일 총리 취임을 앞두고 고이즈미 준이치로는 가고시마의 치란특공평화회관을 방문하여 그곳에 전시된 한 소년 비행병의 편지 앞에 양손을 짚고 한동안 소리 없이 흐느끼는 퍼포먼스를 벌인다. 총리 취임 즈음해서는 "총리대신의 배명을 받은 현재도 특공대 청년의 심경에 비하면 이런 고생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기분으로 난국에 대처해나갈 것"이라고 지껄인다.
"가미카제 특공대원들이 '천황 폐하 만세'라고 하며 기쁜 마음으로 돌진했다는 것은 전부 거짓말이다. 그들은 도살장으로 끌려가는 양들처럼 두려움에 젖어 눈을 내리뜨고 비틀거렸다. 어떤 사람은 일어설 수가 없어 억지로 비행기에 떠밀려 들어갔다."앞서 언급했던 와타나베 쓰네오 요미우리 회장의 이 발언은 바로 고이즈미처럼 특공대를 자신의 이익에 맞춰 미화하고 왜곡하려는 우익분자들의 시도에 쐐기를 박기 위한 것이었다. 그래서 그는 특공대원들에게 감격의 눈물을 흘리고 야스쿠니신사에 집착하는 고이즈미를 "역사도 철학도 모르고 전혀 교양이 없는 사람이다"라고 비난한 것이다.
덧붙이는 글 | 본문에 인용된 가미카제 관련 증언은 <사쿠라가 지다 젊음도 지다>(오오누키 에미코 씀, 이향철 옮김, 모멘토 펴냄, 2004년), <죽으라면 죽으리라>(오오누키 에미코 씀, 이향철 옮김, 우물이있는집 펴냄, 2007년)에서 발췌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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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숭이도 이해하는 자본론> <와인에 몹시 진심입니다만,> <피아노에 몹시 진심입니다만,> <사회주의자로 산다는 것> <나는 행복한 불량품입니다> <삶은 어떻게 책이 되는가> <원숭이도 이해하는 공산당 선언> <원숭이도 이해하는 마르크스 철학> 등 여러 권의 책을 쓴 작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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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참한 출격 전야... 그들은 짐승처럼 울부짖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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