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썰매 타기. 오래 전 눈사람 만들기와 함께 대표적인 겨울철 놀이였다.
이돈삼
어린 날의 시간은 참 빨랐다. 겨울철 눈썰매를 타다 보면 어느새 하루가 훌쩍 지났다. 눈싸움을 해도 한나절이 쏜살같이 흘렀다. 지나가는 트럭이라도 쫓다보면 어느 사이 나도 모르게 다른 마을까지 와 있었다. 먼지 나는 신작로에서 동무들과 뛰어놀다 보면 중천에 떠있던 해도 서산에 걸쳐 있기 일쑤였다.
마냥 즐거웠던 그때였다. 너나 없이 모두 가난했지만 그래도 정겨웠다. 사람 사는 냄새도 물씬 느낄 수 있었다. 지금 생각하면 재밌고 그리운 추억의 한편이다. 빛바랜 흑백사진 속에서나 만날 수 있는 그 추억은 화로처럼 오래도록 남는다. 그래서 더 그리운 그 시절의 놀이다.
추억이 유난히 그리운 계절 겨울이다. 국자에 설탕 한 숟가락씩 담아 연탄불에 올려 만드는 띠기도 겨울에 즐기던 주전부리였다. 멀쩡한 국자를 쓰지 못하게 만들어놨다고 엄마한테 혼나곤 했지만 지금 생각해도 추억 저편에서 아른거린다. '왜 그렇게 하고만 싶었는지' 웃음만 나온다.
고구마나 밤을 구워먹던 때도 겨울이었다. 대보름을 전후해 들불을 놓고 쥐불놀이를 한 것도 겨울철이었다. 이런 추억이 요즘엔 '체험여행'이란 근사한 이름으로 도시민들로부터 인기를 얻고 있다. 어른들은 물론 아이들도 반기는 여행의 소재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