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운마을에서 가음면으로 가는 길목에서 바라본 금성산과 비봉산
정만진
금성산을 오른다. 의성군이 <의성 관광> 홍보책자를 통해 다인면 비봉산과 더불어 의성의 2대 '명산'으로 추천한 바로 그 산이다. 높이는 531m. 우리나라 최초의 사화산(死火山)이라는 의미도 지녔고, 조문국이 신라에 맞서 처절하게 싸운 금성산성(金城山城)의 현장이기도 하다.
그러나 금성산을 오르는 것은 그 때문만이 아니다. 숲을 보고 나서 나무를 보는 것이 대상을 인식하는 올바른 순서인 까닭이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사람의 한 가지를 보고 그의 전체를 판단하는 것과 같은 어리석음을 저지르게 된다.
금성산 정상에서 조문국 고분군, 중요민속자료가 있는 산운마을, 국보인 탑리5층석탑, 제오리 공룡발자국, 그리고 산을 에워싸고 있는 크고 작은 연못들, 집들, 길들…. 이 모든 것들이 서로를 어느 방향에서 바라보고 있는지 두루 살펴본 후, 하산하여 하나하나 '인사'를 다니는 것이 좋다는 말이다.
등산로는 주차장 왼쪽에서 시작된다. 금성산을 오르면서 제일 먼저 만끽할 수 있는 즐거움은 중턱쯤에 잠깐 쉬면서 '노적봉 전설'을 되새겨보는 일이다. 노적봉(露積峯)은 금성산 정상과 해발 671m의 비봉산 중간에 있는 봉우리로, 군량미를 적들의 눈에 잘 드러나도록[露] 봉(峯)우리 위에 쌓아놓는[積] 기만 작전을 썼다는 전설을 지니고 있다.
이순신 장군이 임진왜란 때 목포의 노적봉에서 똑같은 방법을 활용하여 왜군을 물리친 일을 생각하면, 그보다 1400여 년 이전에 우리나라 최초로 '노적봉 전술'을 쓴 조문국의 지혜는 의성사람의 현명함을 역사적으로 증언하는 대목일 것이다.
우리나라 최초의 '노적봉' 전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