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도엽
뚜벅뚜벅 절망의 거리에 희망의 발자국을 남기며 걷던 '정리해고와 비정규직 없는 세상을 향한 희망 뚜벅이'들의 발걸음이 콜트악기 부평공장에 머물렀다. 정월 대보름을 하루 앞둔 날, 뚜벅이들은 조를 나눠 제기차기, 인간윷놀이, 쥐불놀이, 달집태우기를 비롯한 한마당 행사를 하였다.
12박 13일의 일정도 절반이 훌쩍 지났다. 얼굴은 겨울바람에 꺼칠해졌고, 종아리는 땡땡하게 알이 박혔다. 침낭에 번데기처럼 몸을 구긴 채 농성장을 찾아다니며 잠을 잤다. 하지만 힘들지 않다. 함께 희망을 찾아 떠나는 벗들이 날이 갈수록 늘어나기 때문이다.
놀이를 할 때 가장 신명나게 노는 이들은 투쟁일수가 긴 순이다. 날짜 세는 일을 멈춘 코오롱의 최일배와 1500일을 넘긴 유명자가 늘 앞자리 서서 흥겹게 춤도 추고, 게임도 한다. 집회와 시위 현장에서 보지 못한 해맑은 웃음이 얼굴에 가득하다.
정월대보름을 맞아 희망 뚜벅이들에게 시 한 편을 건네며, 일곱째 날 '발가락이 쓴다'를 대신한다. 나도 오늘은 기록하기를 멈추고 맘껏 놀란다. 2월 5일은 지하철 4호선의 종착역인 오이도역에서 걷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