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은 '영덕대군'이 낸 십일조를 받으셨을까?

더러운 돈으로 낸 십일조는 하나님 모독

등록 2012.02.05 09:24수정 2012.02.05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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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 계좌에서 발견된 7억원은 모두 내 개인자금"

이명박 대통령 친형인 한나라당 이상득(77) 의원이 의원실 여직원 계좌에서 발견된 7억원이 모두 자신의 돈이라는 내용의 소명서를 검찰에 제출했습니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7억원을 여직원의 계좌에 차명으로 보관한 이유에 대해서는 "의원 사무실을 운영하려면 경비가 많이 소요돼 필요할 때마다 집에 보관 중이던 현금을 여비서인 임모 비서관에게 줘서 경비로 쓰도록 했다"고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 말이 맞다면  그는 의원실 직원의 이름을 빌려 차명계좌를 보유한 것을 실토한 것입니다. 정말 권력 무상입니다. 이명박 정권 내내 '영덕대군', '만사형통, '상왕''으로 무소불위 권력을 누렸습니다. 이상득 의원은 사석이 아닌 공개석상에서 이 대통령을 "명박아…"라로 부른 적도 있습니다.

이상득, 공개석상에서 이명박 대통령을 "명박이가…"

지난 며칠 이 부의장은 한 나라의 대통령을 공개적으로 이름 석 자로 불렀다. "시중에 상왕 정치라는 얘기가 있다"는 기자들의 물음에 "이명박이가 내 말 들을 것 같냐. 당신들이 이명박이를 잘 몰라서 그렇다"고 대답했다. 때로는 "명박이가 …"라고도 했다. 자신과 동생이 독립적이라는 점을 강조하려고 한 말이겠지만, '대통령도 어쩌지 못하는' 형님의 위상을 보여주는 단면이다.-2008.03.26 <한겨례> '대통령을 "명박이가 …"라고 부르는 형님

'동생' 이명박과 '대통령' 이명박을 구별 못한 것이지요. 아무리 동생이라고 해도 일흔 살이 다 된 동생 이름을 함부로 부르지 않는 것이 우리나라 예법입니다. 무소불위를 넘어 예법도 모르는 안하무인이었지요. 안하무인이었던 이유는 아마 권력이 영원할 줄 알았을 것입니다.

하지만 "7억원은 내 돈"이라고 고백하고, 15년 함께 한 보좌관 때문에 4월 총선에 불출마를 선언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어떤 이들은 만사형통이 '만사가 형무소로 통하는 것'이라고 비유했는데 아마 그럴 점점 높아질 것 같습니다. 권력을 자기 마음대로 휘둘렸던 이상득 의원 뒷모습이 참 처량할 정도입니다.


십일조, 레위인과 고아와 과부를 위해 사용해라

그런데 갑자기 직업의식(개신교 목사)이 발동한 저는 '과연 이상득 의원은 십일조를 냈을까?'였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서울시장 시절 "하나님께 서울시를 봉헌하겠다"고 했을 정도로 한국교회가 보기에는 신앙이 참 깊습니다. 당연히 소망교회 장로 출신인 이상득 의원도 신앙심이 깊었을 것입니다(이명박 대통령도 지난 해 12월 장로은퇴).


한국교회에서 신앙 척도 중 하나가 십일조를 성실하게 내는 것이기에 장로라면 당연히 내야 합니다. 교회 재정 70~80%를 차지하는 십일조이지만 신약은 십일조를 명령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구약은 십일조를 반드시 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당신들은 매 삼 년 끝에 그 해에 난 소출의 십일조를 다 모아서 성 안에 저장하여 두었다가 당신들이 사는 성 안에, 유산도 없고, 차지할 몫도 없는 레위 사람이나 떠돌이나 고아나 과부들이 와서 배불리 먹게 하십시오. 그러면 주 당신들의 하나님은 당신들이 경영하는 모든 일에 복을 내려주실 것입니다."신명기 14장 28-29절

또 같은 성경 26장 12절에도 "곧 십일조를 드리는 해에 네 모든 소산의 십일조 내기를 마친 후에 그것을 레위인과 객과 고아와 과부에게 주어 네 성읍 안에서 먹고 배부르게 하라"고 명령했습니다. 즉 십일조는 종교지도자인 제사장과 레위인 그리고 고아와 과부, 나그네를 위해 이스라엘 백성이 반드시 내야 했습니다.

홍주민 한국디아코니아연구소 소장은 기독월간지 <복음과 상황> 지난 해 5월호 '성서의 정신과 복지국가' 제목 기고문에서 "(십일조로 고아와 과부를 배부르게 하라는)명령은 인류 최초의 사회복지 세금임을 확인할 수 있다"며 "한 통계에 의하면 한국교회의 재정지출 중 구제비로 쓰는 헌금이 3∼4%라는데 이는 성서적 근본정신에서 한참 벗어난 것"이라고 주장했었습니다.

공금횡령, 직원 피 빨아 먹은 돈으로 십일조, 하나님 모독

십일조를 성경 가르침대로 사용하지 않는다는 비판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우리는 아주 중요한 기독교 원리 하나를 발견합니다. 십일조를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돈을 버는 것도 매우 중요한다는 사실입니다. 하나님께 드려 그것이 제사장과 고아와 과부, 나그네를 위해 사용될 것인데, 거짓된 방법과 더러운 방법으로 벌면 당연히 안 됩니다.

직원들 월급 깎아 피를 빨아 먹고, 횡령과 배임 등으로 검찰청사 앞에 선 경영진 중 기독교 신자들이 많습니다. 정말 부끄럽고 탄식입니다. 틀림없이 자기 교회에 헌금(십일조)은 잘 했을 것입니다. 공금 횡령과 직원 월급 깍아 드린 것은 십일조가 아니라 도둑질한 돈입니다.

도둑질과 횡령만 아니라 뒷돈을 받은 것을 가지고 십일조를 드립니다. 정치인들 중에 뒷돈 받아 검찰에 끌려가는 것 한 두 번 본 것이 아닙니다. 그 중에 기독인들 많습니다. 마찬가지로 그들도 십일조를 드렸습니다. 하나님은 이렇게 번 돈으로 낸 십일조를 받을 수가 없습니다. 받는 순간 하나님의 거룩성은 무너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 돈은 더러운 돈이지 헌금이 아닙니다. 더러운 돈을 헌금이라 말하는 것은 하나님을 모독하는 일입니다.

이상득 장로가 드린 십일조 과연 깨끗하게 벌었을까?

이상득 의원은 7억원이 자기 돈이라고 했습니다. 이 의원측은 소명자료에서 "20여년 전부터 부동산 매각대금과 집안 행사 과정에서 받은 축의금 등 현금이 꽤 많이 생겼다"며 "이 돈들을 서울 성북동 자택 안방에 있는 장롱 내 비밀공간에 보관해 왔다"고 주장했다고 합니다. 20여년 동안 장롱 안에서 차곡차곡 쌓을 때마다 기분이 좋았을까요? 아니면 불안했을까요?

이 의원이 그렇다니 믿을 수밖에 없습니다. 아니 장로님이 하신 말씀이니 믿겠습니다. 하지만 7억원을 남의 통장에 넣은 것 자체가 정직한 것은 아닙니다. 뒤가 구린 냄새가 나는 이유입니다. 과연 그는 하나님께 십일조를 드렸을까요? 뒤가 깨끗하지 않는 돈을 드렸다면 하나님을 모독했습니다. 그러지 않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정말 구린내나는 돈을 하나님께 드렸다면 사도행전 5장 1~11절에 나오는 '아나니아와 삽비라' 사건을 새겨야 합니다. 장로님이니 이 사건이 어떤 내용인지 잘 알 것입니다.

"그 땅은 팔리기 전에도 그대의 것이 아니었소? 또 팔린 뒤에도 그대의 마음대로 할 수 있었던 것이 아니오? 그런데 어찌하여 이런 일을 할 마음을 먹었소? 그대는 사람을 속인 것이 아니라 하나님을 속인 것이오."(사도행전 5장 4절)

이 말씀은 하나님께 드려야 할 것을 제대로 드리지 않는 것에 대한 경고이면서 정직하게 벌지 않는 것을 하나님께 드리는 것에 대한 경고입니다. 거짓된 돈으로 십일조를 드리는 데도 복 받겠다고 생각하는 이들은 이 말씀을 새겨야 합니다. 더러운 돈으로 받겠다며 드리는 것은 하나님을 모독하는 것임을 명심해야 합니다.

4대강 죽이기, 창조질서파괴 돈으로 십일조(?)

장로가 대통령으로 있었던 지난 4년을 보십시오. 하나님이 창조한 4대강을 철저히 파괴했습니다. 4대강 죽이기 사업에 나선 이들 중에 교회 장로와 집사들이 있었다면 창조질서를 파괴한 돈으로 하나님께 십일조를 드렸을 것입니다. 과연 그것을 받았을까요? 가슴이 저며옵니다. 심장이 눌리는 느낌입니다. 장로가 다스렸던 지난 4년, 그 형님도 장로였는데 가난한 자는 더 가난해졌고, 부자는 더 부자가 되었습니다. 불의가 판을 쳤습니다. 힘과 권력으로 시민들을 짓밟았지만, 한국 교회는 오히려 그 권력을 옹호하고 있을 뿐 비판하지 않았습니다. 

교회 안에서 찬송 부르고, 서울시 봉헌하고, 십일조 잘 한다고 성경은 신앙이 좋다고 말하지 않습니다.  자기 것을 양보하고, 손해보고, 정직하게 돈 벌고, 다른 사람 것을 빼앗지 않고, 공금 횡령하지 않고, 뒷돈 받지 않고, 힘 없는 자들을 돌아보는 것이 좋은 신앙이요 그런 돈으로 십일조 해야 받으시는 것입니다.

과연 이상득 의원 아니, 이상득 장로는 7억원 중 7천만원을 십일조를 드렸을까요? 참 궁금합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다음 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다음 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이상득 #십일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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